▶ 쿠바 국기 게양 순간 함성 속 반대시위도 열려…취재진 북적
▶ 역사적 순간 지켜본 쿠바계 ‘위대한 진전’ vs ‘오바마 실수’
쿠바 대사관 앞에 펼쳐진 ‘미국과 쿠바는 친구’ 플래카드
’쿠바’, ‘아미고’(친구)
20일 오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불과 2.5㎞ 정도 떨어진 16번가에 자리 잡은 3층짜리 석회석 건물 앞마당에 빨간색, 흰색, 파란색 3색에 별 하나가 그려진 쿠바 국기가 게양되자 주변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사이에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쿠바 이익대표부가 대사관으로 공식 승격되면서 1961년 단절된 양국의 국교가 54년 만에 정상화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쿠바 대표단을 이끌고 전날 워싱턴을 방문한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대사관 재개관 기념식이 시작되자 간단한 기념사를 마친 뒤 곧바로 건물 밖으로 나와 쿠바 국기 게양식을 했다.
쿠바 의장대가 쿠바 국기를 들고 등장하는 순간부터 국기가 깃대 꼭대기에 올라 힘차게 펄럭이는 순간까지 큰 박수와 함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미국 측에서 미국 협상단을 이끌었던 로베르타 제이콥슨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직접 참석해 쿠바 대사관 재개설을 축하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기념사에서 "양국이 공존을 위해 상호 존중과 동등한 주권에 기반해 대화를 진전시켜 나갈 것을 희망하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단호한 결심과 선의, 축하 인사를 전한다"면서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는 평화와 발전, 공정과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쿠바인과 쿠바계 미국인은 물론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 국민들로 가득 찼으며 여기에다 세계 각국의 취재진까지 몰려 진풍경을 연출했다.
경찰이 안전사고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사관 바로 앞 왕복 4차로 양쪽에 경찰통제선을 설치한 채 주변을 통제했다.
양쪽 경찰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대사관 건물 바로 앞에 포진한 찬성 측 쿠바계 미국인들과 건물 건너편 도로 끝에 위치한 반대 측 쿠바계 미국인들 사이에선 서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상대 측을 향해 고함을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펼쳐진 분홍색 우산 바깥쪽 하나하나에 로마자 알파벳을 하나씩 새겨 넣어 ‘미국과 쿠바는 아미고’(US CUBA AMIGOS)라고 만든 문구를 비롯해 양국의 관계 복원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동시에 쿠바의 인권을 규탄하는 메시지와 ‘금수조치 해제’, ‘쿠바 YES 카스트로 NO’ 등의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도 곳곳에 나부꼈다.
미국에 건너온 지 약 15년 됐다는 야밀카(여)는 "이 순간이 매우 좋고 행복하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돼 아주 기쁘다"고 말했고, 야밀카를 만나러 잠시 미국을 방문 중이라고 밝힌 그녀의 아버지 호세는 "기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쿠바계 2세인 대니얼 에스피레데가로(14)는 "대사관 개설은 쿠바와 미국의 공존을 위한 아주 위대한 진전"이라면서 "미국이 쿠바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계 대학생 올리마 리베라노아(여)도 "매우 기쁘다"면서 "이제는 미국이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풀어야 할 때로, 이번 대사관 개설은 그것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카를로스 카사노바는 쿠바 인권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이것은 실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저지른 또 하나의 실수"라고 혹평했다.
쿠바 인권운동가인 프랜시스카 비골드(여)도 "쿠바의 인권 문제가 전혀 진전된 게 없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것"이라면서 "(관계 정상화라는) 이 새로운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아무튼 우리는 인권개선을 위한 중요한 지렛대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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