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흑인여성 교도소 내 사망 파문 확산
▶ “끌어내겠다”몸싸움 동영상 편집 의혹도
텍사스 공공안전국이 공개한 비디오 장면을 찍은 사진. 지난 7월10일 경찰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에 찍힌 장면으로 브라이언 엔시니아 경찰관이 샌드라 브랜드를 끌어내고 있다.
‘과잉대응이냐, 아니면 정당한 법집행이냐’
교통단속에 걸려 체포된 뒤 교도소에서 숨진 미국 20대 흑인 여성의 체포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체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영상에는 단순 교통위반 단속을 하던 경찰관이 단지 차안의 흑인 여성이 담배를 끄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며 테이저건(전기충격기)으로 협박하고 차안에서 끌어내려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경찰관의 공무집행 과정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있다. 더군다나 52분 길이의 이 영상이편집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21일 텍사스주 공공 안전국은 지난 10일 휴스턴 인근 자신의 모교인 프레리뷰 A&M 대학 학생 지원센터에 출근하던 흑인 여성 샌드라 블랜드(28)가 체포되는 과정을 담은 순찰차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텍사스주 경찰관인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꿨다는 이유로 블랜드의 차를 멈추게 한 뒤 다가가 “매우 화가나 보인다”며 말을 걸었다.
그가 불쾌감을 표시하는 블랜드에게 퉁명스럽게 “담배를 끄지 않겠습니까”라고 요구하자, 블랜드는 “내 차안에 있는데 담배를 꺼야 할 이유가 없다”라며 거절했다.
엔시니아는 블랜드에게 차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했고 블랜드가 이를 거절하자 엔시니아는 “밖으로 끌어내겠다”며 차 문을 열고 몸싸움을 벌이다 테이저건을 꺼내 겨누면서 “쏘겠어”라고 외쳤다. 블랜드는 단순 교통위반인데 차에서 내려야 할 이유를 대라고 항의하자 엔시니아는 법으로 명령한다며 엔시니아를 끌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결국 엔시니아는 스스로 차 밖으로 나온 후에도 이유를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차에서 나온 후 이들의 모습은 카메라 화면에서 사라졌고 대신 둘이 격하게 말을 주고받는 소리만 녹음됐다.
수갑을 찬 것으로 보이는 블랜드는 경찰관에게 계속 지시등 없이 차선을 변경하는 것이 체포 사유가 되느냐며 거칠게 항의하면서 “왜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느냐 나는 간질환자다”고 소리치자 엔시니아는 “좋아”라고만 응수했다.
엔시니아는 체포 보고서에서 “블랜드는 호전적이고 비협조적이었다.
차 밖으로 끌려나와 수갑을 찬 뒤에도 팔꿈치를 휘둘렀다”라며 “수갑을 채운 것은 경찰관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으며, 그가 팔꿈치를 휘두르고 발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적었다.
하지만, 체포 보고서에는 담배를 둘러싼 말다툼과 테이저건 사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되지 않았다.
언론들이 엔시니아의 체포과정이 정당했느냐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는다고 전했다.
텍사스 공공안전국도 모든 경찰에게 정당한 법 집행을 주문해 왔으나 이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엔시니아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외부 순찰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영상이 공개되자 주 상원의원인 로이스 웨스트(민주)는 기자회견에서 “체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영상을 본 사람은 내게 동의할 것”이라고 했고, 주 하원의원인 헬렌 기딩스(민주)도 “이 젊은 여성은 지금 살아있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녹화된 비디오(동영상)와 녹음된 오디오(대화)가 일치하지 않는 점은 의도적인 편집 의혹을 불렀다.
NBC 방송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작가인 벤 노튼의 지적을 바탕으로 당국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집중 부각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전체 52분짜리 동영상에서 녹화 25분 무렵 견인차 기사가 자신의 차 바깥으로 나오는 장면이 찍혔고, 15초 후에도 같은 장면이 몇 번이나 반복됐다.
32분 무렵에도 좌회전을 하려던 흰색 자동차가 도로 위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뒤 다시 나타나는 등 동일한 장면이 반복됐다.
같은 화면이 몇 차례나 재생됐으나 경찰관의 목소리는 끊기지 않고 그대로 녹음됐다.
침묵하던 텍사스주 공공안전국은 22일 오전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라면서 동영상을 편집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반박했다.
경찰 당국은 블랜드가 지난 13일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규정했지만, 텍사스주 월터카운티 지방 검찰청의 엘턴 매티스 검사는 “해결되지 않은 여러 의문점이 있다”며 살인사건으로 간주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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