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 배마다 메시지 느낌 달라 “하루 네 번 통역”
▶ 주일 전날 개요 받아 수차례 읽고 준비 노력
22년째 나성영락교회 설교 동시통역을 맡고 있는 김부운 박사가 자신의 인생철학에 관해 말하고 있다. <최경근 인턴기자>
【나성영락교회 김부운 박사】
“설교로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일 겁니다” 나성영락교회에서 복음을 동시통역하는 김부운(73) 박사는 이민 1세대다. 1993년 3월14일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박희민 목사와 함께 시작한 설교 동시통역이 22년째 접어들었다. 매주 일요일 미디어 사역부 옆 캡슐만한 방에서 오전 8시30분 시작하는 주일 2부 예배부터 5부 예배까지 설교를 실시간 통역한다. 유창한 영어 구사력은 물론이고 신실한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명감이 주일 4회의 동시통역을 감당하게 한다. 굳이 실시간 통역을 고집하지 않고 녹음을 해도 좋으련만 각 부 예배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메시지와 느껴지는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 예배당을 떠나지 않는 김부운 박사를 만났다. 다음은 김 박사와의 일문일답.
▶나성영락교회 설교 동시통역 22년째다.
- 변호사를 그만두고 LA로 와서 법정통역사로 일하는데 박희민 목사가 어느 주일 아침에 부르더니 설교 동시통역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했다. 타인종과 결혼한 교인이 예배에 왔는데 부부가 함께 메시지를 나누었으면 하는 의중이었다. 한 번 해보겠다는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그 날로 원고도 없이 동시통역을 했다. 미주한인교회 최초의 영어 동시통역이 시작된 것이다. “실수만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며 한 단어 한 단어 신중을 기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설교 통역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 하루 전날 설교의 개요를 받아 영어 번역에 돌입한다. 7~8번 읽어서 설교자가 전하려는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영어로 옮기려고 노력한다. 설교에 등장하는 성경구절은 통째로 암송을 한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수 없는 순간 성경책을 들여다볼 여유는 더더욱 없다.
설교 통역을 시작하면서 해외출장 갈 일이 있어도 월요일에 출발해 늦어도 토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일정을 잡는다. 주일 설교동시통역을 위해서다. 올해는 연세대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로 한국에 2주 다녀오느라 빠졌지만 지난 22년 간 주일 예배는 절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동시통역을 하게 된 계기는
-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복고 교사로 재직하다 1968년 휴스턴대학교로 유학을 왔다. 정치학 석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로펌 변호사로 일했다. 휴스턴에서 교민봉사로 대한민국외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했고 20년간 텍사스주에서 청년 성경지도를 했다.
휴스턴 대학 시절 학생회장을 하며 두 살 아래인 아내(배국희 미주광복회 회장)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 내 뒷바라지를 하느라 아내가 공부를 포기했다. 늘 가슴 한구석에 못이 박혀 있었는데 1989년 당시 장모(독립유공자 미망인인 고 이석금 여사)와 함께 살자는 마음에서 은퇴하고 LA로 와 법정통역사가 되었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있나
- 습관화가 가장 중요하다. 잠을 자다가도 헷갈리는 단어가 있으면 벌떡 일어나 단어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또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면서도 머릿속은 쉼 없이 통역을 하기도 한다. 항상 두뇌가 깨어 있어야 동시통역은 실수 없이 할 수 있다.
설교 통역은 법정 통역과 달라서 신앙심이라는 기반이 필요하다. 내 경우는 ‘연세’라는 미션스쿨이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대학 시절 벽의 반피득 목사가 내 인생의 큰 길잡이가 되었다. 중장년이 되어서는 설교 동시통역으로 인도한 박희민 목사가 나침반 역할을 했다.
물론 한글과 영어 성경은 책이 닳아 헤어질 정도로 많이 보고 감각을 익히기 위해 CNN이나 뉴스, 전공서적 등을 늘 끼고 산다.
▶통역을 지적당한 적이 있는지
- 설교 동시통역을 아내가 듣고 딸(엘리사)이 듣는데 영어 표현을 고쳐주는 사람이 딸이다. 통역이라는 것이 시작과 함께 초긴장 상태가 되지만 기도를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긴다. 아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웃으면서 통역하세요"이다. 통역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싶었지만 목소리로 전달되는 웃는 마음이 듣는 사람에게 느껴진다고 한다.
원래 통역이 필요한 대상은 외국인이나 한글에 서툰 1.5세 2세인데 어느 순간부터 장년층과 노년층이 청취하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서, 손주에게 설교를 영어로 전해주고 싶어 영어 통역을 듣는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인생은 학습장이다. 어딜 가든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내 영어 이름이 대니얼 분(부운을 영어로 Boone이라고 쓴다)인데, 대니얼 분은 켄터키주의 탐험자이자 미국 서부 개척자이다.
칭찬 받을 때 떠나고 싶어 후계자를 찾은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담임목사가 박희민 목사, 림형천 목사, 김경진 목사로 바뀌었는데 아직도 설교 동시통역을 내가 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후배를 찾기가 힘들다. 미국으로 이민온 우리는 모두 개척자 정신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개척하길 바란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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