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는 새 선수 발굴과 확실한 포지션별 경쟁 구도 확립 돋보여
▶ 첫 1년 20경기서 14승3무3패…“이기는 축구 하겠다” 약속 지켜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1년 만에 한국 축구의 모습을 뿌리째 바꾸어가고 있다. <연합>
한국 축구가 울리 슈틸리케(61·독일)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만 1년만에 한국 축구는 과거 답답했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한결 시원해진 모습으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 아직 진행형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슈틸리케호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사령탑에 대한 중간평가는 최고의 합격점을 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비긴 뒤 알제리, 벨기에에 연패해 탈락했고 실망스런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후임 감독을 물색하던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9월5일 슈틸리케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로는 ‘깜짝 발탁’이었다. 축구협회는 베르트 판마르베이크(네덜란드)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점찍고 영입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고 그간 언론이나 팬들의 예상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슈틸리케 감독이 전격 선임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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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으로는 1991년 1월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지 23년 만에 한국 축구를 이끌게 된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 지도자로서 화려한 명성을 지닌 편은 아니었다.
1977년부터 1985년까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외국인선수상을 네 차례 받았고 1975년부터 10년간 독일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등 선수 시절엔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리긴 했으나 지도자 경력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독일 대표팀 수석 코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이 사실상 전부였다. 브라질월드컵 부진을 달래줄 이름값 있는 지도자를 원하던 팬들의 불안한 시선을 받으며 출항한 ‘슈틸리케호’는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관전하며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업무를 시작한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시작으로 8일 레바논 원정까지 총 20경기를 치러 14승3무3패를 기록했다.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졌고 11월 이란 원정에서 0-1 패배, 지난 1월 아시안컵 결승 호주와 경기에서 1-2로 진 것이 3패다. 아시안컵 결승 패배 이후 9경기에서 6승3무로 패배를 모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1년간 가장 큰 업적으로는 포지션별 경쟁 구도를 확립했다는 것이 꼽힌다. 주전과 후보 구분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포지션인 골키퍼만 하더라도 김승규(울산)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누가 주전이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왼쪽 수비수는 한 걸음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김진수(호펜하임)에 박주호(도르트문트), 홍철(수원)까지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할 것이 없게 됐다.
공격수 역시 이정협(상주)이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으나 석현준(비토리아FC), 황의조(성남) 등이 이번 라오스, 레바논 2연전을 통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 오른쪽 수비수로 선전한 장현수(광저우 푸리),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정감을 보인 정우영(빗셀 고베) 등도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을 돋보이게 한 선수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내 경기를 수시로 관전하며 새로운 자원을 찾는 슈틸리케 감독의노력 덕에 권창훈(수원), 이재성(전북) 등 새 얼굴들도 대표팀 전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되면서 안 그래도 치열한 미드필드 자리의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비록 지난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선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 골 결정력 부재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당시에는 해외파들이 빠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이후 열린 라오스, 레바논전에서 무려 11골을 몰아치며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22년 묵은 레바논 원정 징크스도 화끈하게 깨뜨렸다.
1년 전 취임 기자회견에서 “팬들은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패스나 슈팅이 몇 번 나왔는지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승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던 슈틸리케 감독이 결과뿐 아니라 포지션별 경쟁구도를 통해 대표팀 전력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며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있다.
그는 8일 레바논을 3-0으로 물리친 이후 “그동안 35∼40명 정도선수가 대표팀을 거쳐 갔지만 그누구도 실망감을 준 선수가 없었다”며 “모든 선수가 대표팀에서 하려는 의지,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명장’ 슈틸리케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 축구는 단순히 러시아 월드컵만이 아닌 장기적인 차원에서 체질 개선을 이루어가고 있다. 비록 첫 번째 선택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붙잡은 것은 한국 축구에게 엄청난 행운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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