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교사직에 있던 사람의 책상 서랍에는 귀여운 선물이 가득하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내게도 어린이들이 때때로 준 선물이 많이 있다. 작은 수첩, 거울, 펜, 손톱깎이, 카드 등… 그들의 선택은 다양하고 거기에 어린 마음이 함께 숨 쉰다.
선물이란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게 선사하는 물건이다. 꼭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꼭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너무 클 때는 상대방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게 되어서 알맞는 것을 선택하기가 힘들게 된다.
한동안 필자는 목탄으로 석고의 대체 윤곽을 그리는 소묘 연습에 열중하였다. 그 때가 마침 물건이 귀하여서 목탄 구하느라 고생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목탄 한 상자를 보내주신 어떤 분이 계셨다. 또 1963년에는 한국내 C신문에 본인의 교사 수기가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56회 연재되었다.
그런데 그 연재가 끝나자마자 어떤 분이 이 모든 것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서 보내 주셨다. 그 분은 누구일까? 그 책은 현재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본인의 재산 목록 제1호임에 틀림이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고 싶다.
오늘은 또하나의 기억되는 날이다. 먼 옛날에 맡았던 학생이 특색있는 ‘시집’을 보내왔다. 이름하여 ‘우주정거장의 별다방’이다. 지난 번에는 수필집 ‘내 안의 용연향’이었는데 이번에는 시집을 냈다. 또한 이 시집의 특색은, 그 책의 장정까지 본인이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니까 책의 모든 것을 본인의 취향에 맞췄다. 그 시집을 몇 차례 거듭 읽으면서 독특한 시어의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이 젖었다.
문학작품은 작가의 분신이다. 하나의 작품이 아닌 본인 자체이다. 특색있고 아름다운 시들을 읽고 있으면, 그 옛날 우리 반에서 영롱한 두눈을 반짝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친구가 ‘어떻게 너를 기억하겠어?’라는 말을 그녀에게 하였다지만, 특징이 있던 그 학생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가냘픈 몸매에 두 눈이 유난히 반짝이고, 목소리가 맑았다. 그 시집을 받은 날 더없이 행복하였다. 선물 중의 으뜸은 그가 만든 것이다.
동물들이 의논을 하였다. ‘우리 다같이 한 가지씩 선물을 마련하여서 서로 바꾸기로 하자.’ 정해진 날 그들이 숲속 연못가에 모였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제각기 준비한 선문을 내놓고 그 주위를 빙빙 돌다가, 피리소리를 듣고 앞에 있는 선물주머니를 열었다.
제각기 선물을 받았지만,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에게 주려고 제각기 마련한 선물을 되찾고 나서야 큰 웃음소리가 퍼졌다. 결국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제가 가진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좋은 기회를 잃었다. 모처럼 새로운 물건과 만남의 기회를 잃었으니까.
‘선생님, 누구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한 어린이가 이렇게 말하자 여기 저기서 ‘정말이에요’하고 소리쳤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이어졌다. 그림, 노래, 청소, 심부름, 동생보기, 책상 정리, 신장 정리, 설거지… 등을 할 수 있지 않아? 하고.
결국 그들의 의견은 물건을 직접 만들어 드리는 것이 선물답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어린이들은 제각기 그림을 그려서 빈 상자 위에 붙였다. 그 보물상자를 좋아하는 사람의 생일선물로 준비한 것이다.
누가 이 행운을 누릴까? 그러면 어린이들 자신은 선물을 받고 싶지 않는 것인지 알고 싶다. 그들은 다 같이 합창을 하였다. ‘받고 싶어요오~’ 그래서 물었다. ‘무엇을~?’ 장난감, 책, 인형, 로봇, 그림물감…제각기 떠들다가 잠잠해졌다. 한 어린이가 소리쳤다. ‘누구나 다 받고 싶은 것이 있을까?’
다른 목소리가 외친다. ‘물론 있지!’ 이번에도 나머지 어린이 모두가 합창을 한다. 내가 물었다. ‘그게 무엇이지?” 또다시 어린이들이 합창을 한다. ‘아빠, 엄마가 안아주는 것이지요.’ 다 함께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런데 이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인지.. 절약하시지 말고, 넉넉히 주시기를.
<
허병렬 교육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