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별기획시리즈 "우리 아이들 한국어 교육 이대로 좋은가"
▶ 한국어본 2002년 제작, 영어본은 그나마 2011년 제작
북가주 한국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부 교재들.
“나는 오늘 판문점에 갔습니다. 나는 판문점을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에서 보았습니다. 나는 한국말을 잘 못해서 영화를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이 글들은 현재 일선 한국학교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국어 3’(편찬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재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해당 책의 4번째 장 ‘일러두기’에는 ‘이 책은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 <중략> 아동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여’라고 적혀있다. 말 그대로 연령대가 낮은 ‘아동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재이다. 하지만 교재에서 예를 든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은 2000년 9월에 개봉한 영화로, 한국에서 15세 관람가로 되어 있다.
아동학습자 대상이라면서 앞뒤 생각 없이 15세 관람가 영화를 예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 책의 초판 발행이 2002년 12월30일 이라는 것이다. 무려 13년이나 지난 교재이다 보니 내용이 현 시점에 맞지 않을 뿐더러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공감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한국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전자우편’(이메일)을 가지고 ‘전자우편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돼’라는 식의 대화가 있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문장들로 가득하다.
‘한국어 4’도 ‘3’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2002년에 발행됐다. 이 교재의 단원 6 제목은 ‘한국에서 월드컵 경기가 열렸습니다’이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 태어났으면, 미국 나이로는 13살, 8학년이다. 어린 교포학생들을 대상으로 13년 전 월드컵을 소재로 한 교재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 회화 시리즈’도 2002년 말 발행됐다. 이 책에서도 황당함은 끝나지 않는다. 인천공항에서 외국에 나갈 때 쓰는 ‘출국 신고서’를 써 보라는 내용이 있다. 이미 출국 신고서 작성이 폐지된 지 오래인데 말이다. 한국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한 한인은 “어린 학생들이 한국어 교육을 위한 책들이면 그 눈높이에 맞게 교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런 교재들로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최신판이라 할 수 있는 ‘한글학교 한국어 2’(편찬자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는 2007년 12월 초판이 나왔다. 8년이 지난 교재다. ‘한글한교 한국어 3’은 2009년 12월에 나와 6년이 지났다.
교육부가 저작권자로 영어권 교재로 야심차게(?) 만든 ‘맞춤한국어 시리즈’(뉴욕한국교육원)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제작됐다. 4년여 전인 2011년 6월30일이다. 한국의 교재들이 유행에 맞게 일 년에 한번 빠르면 몇 개월 만에도 내용이 수정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또한 한국 교재의 집필진이 15-20명으로 이루어진데 비해 재외동포용 교재는 집필진이 불과 3-4명이라는 점도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에 새로운 교재가 언어권별로 개발돼 속속 보급되고 있다”며 “맞춤 한국어의 경우 2011년 영어권판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고, 이후 연차적으로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른 언어권 교재가 개발•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권판을 개발하고 그 다음연도에는 다른 언어권 개발에 들어가기 때문에 영어권 판만 자주 바꿀 수 없다며 예산적인 문제가 있음을 강조해 영어권판이 언제 또 바뀔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편 SF 교육원이 제공한 2015년도 1학기용 SF총영사관 관할 한국학교 교과서 공급현황에 따르면 2002년 초판 된 한국어 시리즈가 2,025권, 영어권을 위한 맞춤한국어가 3,137권, 2007, 2009년 초판이 나온 한글학교 한국어 시리즈가 4,959권, 국정, 검정교과서가 5,370권으로 총 1만5,491권(지도서 제외)이 보급됐다. 이를 통해 아직도 2002년에 제작된 한국어 시리즈가 2천권 넘게 일선 한국학교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과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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