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래피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등석 식단
미국 뉴욕시 출신의 청년 벤 슐래피그(25).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지만, 번듯한 직장은 물론 집도 없다.
함께 살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노숙인을 자처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보잘것없는 이력이나 그의 삶에는 기막힌 반전이 숨겨져 있다.
전문 여행가이자 '호비스트'(Hobbyist·특정한 취미를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사람)인 그는 비행기 탑승으로 한해에만 40만 마일리지를 쌓는다. 지구를 16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다.
4년 전만 해도 10만 마일 정도였으나 비행기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으로 살기로 작정한 뒤 연간 축적 마일리지가 4배로 뛰었다.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국제선 비행기를 꼭 탄다. 잠은 비행기와 공항 내 항공사 라운지에서 잔다.
마일리지 쌓기를 통한 세계 여행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14세 무렵 이래 국제선을 탈 때면 이코노미석에 앉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늘 비싼 좌석에 몸을 뉘고 세계를 누볐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슐래피그는 호화로운 호텔만 고집한다. 그곳에서도 사흘 이상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난다.
미국 CNN 방송이 1일 소개한 슐래피그는 "에미리트 항공의 일등석을 집처럼 편안하게 여긴다"던 염가 여행의 고수다.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여행을 앞둔 그는 "모든 비행기가 내 집"이라면서 "(자주 타다보니) 이전의 비행기에서 탔던 승무원과 또 만나는 일도 잦아 친밀함도 느낀다"고 했다.
슐래피그는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여러 항공사의 일등석 좌석과 고급 호텔에서의 일상을 찍은 사진을 올려 3만7천 명에 달하는 팔로어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다.
슐래피그의 든든한 지원자는 그의 부모다. 어릴 적 큰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부모는 "인생은 너무 짧다"며 슐래피그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고 격려했다.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얼마나 지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슐래피그는 부모의 도움은 일부분이고, 염가로 즐기는 호화 세계 여행은 순전히 자신의 노력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반 여행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조사를 좀 더 철저히 하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작은 글자로 쓰여 읽기에 불편한 약관을 꼼꼼히 읽으라는 얘기다.
슐래피그는 '호비스트'란 약관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상당한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짜 여행을 위한 마일리지를 쌓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신용카드 개설과 소비를 통한 마일리지 축적, 장거리 노선에 나온 값싼 항공권 구매, 할인된 항공사의 마일리지 구매다.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개설과 사용액에 따른 마일리지 축적이 후한 편이다.
남들이 주말에 놀 때에 슐래피그는 토요일 밤마다 눈이 벌게지도록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대륙 횡단을 하는 장거리 항공 노선 중 왕복 250달러 밑으로 나온 저가 항공권을 샅샅이 뒤진다. 미국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거리는 2천600∼3천200마일로 왕복 거리는 그 두 배가 된다.
여기에 큰돈 들이지 않고 연계편 항공권도 구매해 마일리지를 더 올린다. 그래봤자 동부-서부 노선의 정가 항공권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다.
항공사의 회원 등급도 이용하면 250달러의 돈으로 최대 1만5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는 게 슐래피그의 설명이다.
순전히 마일리지를 올리려고 그는 여행 목적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중국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장거리 노선을 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이틀 동안 비행기만 8번을 타 마일리지를 쌓은 적도 있다.
항공사끼리 마일리지를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계약한 점도 활용한다. 가령 아메리칸항공이 1마일당 2센트에 염가로 마일리지를 팔면 4만 마일을 단돈 800달러에 사들여 이를 영국 런던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떠나는 에티하드항공 일등석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는 식이다.
원래 이 항공사 일등석의 편도 가격이 5천 달러인 점에 비춰보면 6분의 1 가격으로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마일리지 축적과 관련한 항공사 온라인 시스템의 허점도 잘 찾아보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슐래피그는 말했다.
슐래피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여러 항공사 일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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