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수 감사절에 친구 가족이 왔다. 덕분에 우리 세 식구끼리 쓸쓸히 보낼 추수감사절을 즐겁게 지내게 해주었다.
물론 준비하고 신경쓸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집안 정리도 필요하고 음식 준비도 필요했다. 친구 가족이 오기 하루 전날 남편은 집안에서 벼룩을 발견했고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벼룩 때문에 방역을 했다. 모든 이불과 천으로 만든 제품은 다 꺼내 살균 세탁을 했다. 오래 간만에 손님이 오기 때문에 집안 정리는 끝이 없었다.
뒷마당에서 잡초를 없애야 했고 손님방은 큰 가방들이 방안 가득 채워져 창고가 되어 있었다. 아들 방은 수많은 레고들이 산을 이뤘는데 치우려 하니 손도 못 대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청소는 포기하고 요리 준비를 했다. 홀푸즈에서 패키지로 사서 데우기만 했는데 그것도 어떤 순서로 먼저 데울 지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친구 가족이 드디어 집에 왔고 준비된 요리를 대접하고 아이들이 심심할까봐 보드게임을 꺼내놓고 설거지를 시작하려고 디시워셔를 돌리는데 갑자기 손님방에 연결되어 있는 욕실 배수구에서 물이 올라왔다. 걸레를 가져다 물을 막고 버킷을 가져다 물을 담았다. 싱크에서 직접 설거지 하면 넘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넘쳤다. 설거지를 포기했더니 매 끼니마다 쓴 그릇이 산을 이뤘고 집은 점점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미안했지만 그들은 즐겁게 지냈다. 배수구가 넘쳤을 때는 같이 치우려고 애썼고 늦은 저녁까지 애들은 깔깔거리며 웃어서 좋았다. 새벽에 잠을 자고도 아침밥을 지으려고 나온 나를 보러 친구는 까치머리가 된 채로 방에서 왔다. 재미있었다. 이게 사람 느낌 나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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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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