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을 다니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동포’라는 단어를 ‘교포’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접하곤 한다. 지난 달 취재차 찾았던 한인 송년의 밤 행사에서도 사회자가 800여명의 한인동포들을 대상으로 ‘교민’, ‘교포’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해 기자를 포함한 상당수 참석자들이 듣기에 거북했다. 이날 한 단체장은 초청 가수가 공연하고 있는 사이에 무대 뒤편에 있던 사회자를 찾아가 ‘교민’이라는 단어를 ‘동포’로 정정해 말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어사전에는 ‘교포’, ‘교민’, ‘동포’를 각각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교포(僑胞): 다른 나라에 아예 정착하여 그 나라 국민으로 살고 있는 동포 ▲교민(僑民):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로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유학생, 주재원 등을 모두 이름 ▲동포(同胞): 한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
여기서 짚어봐야할 것은 ‘교포’와 ‘교민’에 쓰이는 한자어 ‘교(僑)’다. 영어로는 ‘diaspora’(디아스포라)로 훈음(뜻)이 ‘더부살이’(남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 주고 삯을 받는 일 또는 그런 사람, 남에게 얹혀 사는 일)인 ‘교(僑)’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용어로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다. 지금의 재외 한인동포들은 일제치하 당시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만주, 하와이, 일본 등에 노동자로 이주하거나 강제로 동원돼 고된 노동과 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해가면서 한국인의 뚝심으로 굶주림, 가난과 고통을 이겨내 오늘날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교포’와 ‘교민’이라는 단어에는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더욱이 같은 땅에 살고 있는 동포들끼리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교포’와 ‘교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표현이기 때문에 ‘동포’라고 사용하는 것이 옳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머나먼 이국땅에 정착해 삶을 꾸려나가는 시카고 한인동포들이 역사의 아픔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전세계 720만 재외동포의 일부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떠돌아다니는 민족으로 불릴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부터라도 ‘교포’, ‘교민’, ‘동포’의 뜻을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시카고 한인 ‘동포’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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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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