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의 초대/ 이종철 팰팍 시의원·부시장
<천지훈 사진기자>
태권도로 전국체전 석권하며
세계 각지서 러브콜
멕시코서 5년간 국가대표 사범
뉴저지서 태권도장 운영하며
자연스레 한인사회 봉사의 길로
팰팍 한인들의 고충처리 앞장
정치입문 7년만에 4선 시의원
태권도를 좋아하는 충청도 시골 출신 소년이 뉴저지 한인밀집지역타운에서 4선시의원이 되기까지, 어떤 스토리를 품고 있을까. 이종철 팰팍 시의원•부시장은 의외로 소박하고 진실된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인 밀집지역의 심부름꾼
“또 시의원이 됐네. 뽑아주니까 열심히 해야겠지”
2009년 정치입문 7년만에, 지난 해 11월 4선의원으로 선출된 이종철 시의원(민주당)의 한마디다. 이 말에는 사심이 없다. 작년 가을 팰팍 부시장이 되었고 올 1월 2일 시의원 취임선서를 한 그는 주민들의 심부름꾼으로 충실하겠다고 한다.
2010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 주민 2만명 중 한인수는 1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이곳은 한인 53%, 브로드 애비뉴 한인상가가 90%로 뉴저지 최대 한인밀집지역일뿐더러 팰팍 도서관 옆에 세계최초로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있어 미주지역은 물론 한국의 정치인들이 즐겨 이곳을 찾아온다.
“시의원은 각 부서 예산을 관장하고 법을 새로 만든다. 100% 지방자치다보니 에산이 있으면 경찰을 충원하지만 세금이 안걷히면 허리띠를 졸라매어 직원을 감축하면서 10년째 세금을 올리지 않고 있다.
현재 40명의 경찰 중 한인경찰이 4명이다. 아직 부족하다. “
현재 팰팍 시의원은 6명 중 2명이 한인으로 이종철과 크리스 정이 한인들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시의회 정기모임이 있고 그 외 수시로 일이 있을 때에 모인다.
“의회에 세계최초의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상정하자 주민들이 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이곳 뉴저지에서 문제삼느냐고 반대가 많았다. 일제하에 짓밟힌 20만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앞세워 이해를 구했고 교육적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위안부 기림비는 미국내에 8개가 세워졌다. 앞으로도 한인 이민자가 있는 세계 곳곳에 세워지리라 믿는다.” 또한 이종철은 로툰도 팰팍 시장을 보좌하는 부시장으로서, 브로드애비뉴 코리아 병기위원회 위원장으로써 “한인상가가 90%인 이곳에 브로드애비뉴와 코리아 웨이(Korea Way) 병기를 천천히, 시간을 두고 꼭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밖에도 그는 원활한 영업을 위한 거리 주차 미터기 시간 연장, 킹 사우나 영업시간 문제 등 실질적으로 한인 소상인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오고 있다 오는 봄에는 3일간 브로드애비뉴 길을 막고 가두천막을 설치한 블럭 파티를 열어 먹거리, 볼거리 등의 한류 바람을 일으킬 예정이다. 그는 고향 예산에서 성공한 이민자로 소문나 있다. 고향 후배들은 그가 방문하면 환영 플랭카드를 내건다.
●태권도를 세계에
1957년 충남 예산 출신으로 초중학시절 공부를 잘한 이종철 소년은 당시 청소년의 장래희망이던 ‘판검사’가 막연한 꿈이었다. 2남 3녀 중 셋째인 그가 시골 도장에 나가 형한테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중학 2학년시절 전국에서 모인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제치고 전국대회 우승을 해버렸다.
이 일은 당시 5연패를 하던 태권도 명문 광성고에 스카웃되는 계기가 되고 다시 명지대학교 체육 특기생이 되면서 평생 태권도인의 삶을 살게 만들었다. 75, 76년 전국체전 전국대회 석권, ROTC 장교 출신 등의 화려한 경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요청이 왔다.
“우리 세대는 비행기 타는 것이 꿈이었고 특히 태권도인들은 해외에 나가서 태권도를 세계에 전파시키자는 꿈들이 있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멕시코다. 멕시코 시티에 처음으로 태권도장을 세운 문대원 관장 초청으로 멕시코에 1983년부터 5년간 있으며 멕시코 국가대표 태권도 사범 및 88년 서울 올림픽팀 코치로 한국에 가기도 했다.”
이종철은 1988년 미국 뉴저지로 이주했다.
“미국에 가서 태권도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89년 주머니에 쿼터 몇 개 달랑 넣고 미국에 와 후배집에 얹혀살면서 버지니아 라클랜드 태권도장 사범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용커스 지역으로 옮겼다.”
그는 2000년 미국대학 태권도연맹기술위원장,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미국 태권도팀 헤드코치를 역임한 후 커네티컷 브릿지포트 대학 태권도학과의 산파 역할을 했고 2004~2007년 커네티컷 브릿지포트 대학 무도 태권도학과 교수로서 3년간 근무한 그는 태권도 공인7단이다. 이종철은 1990년 라클랜드와 팰팍에서 2군데 참피언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8년간 3일씩 오가다가 힘들고 바빠지면서 팰팍 참피언 태권도 아카데미만 운영하고 있다.
●정치인보다는 고충처리위원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청소년들의 고민뿐 아니라 학부모가 타운과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주다가 자연스레 한인사회 봉사활동을 하게됐다. 뉴저지한인회 청소년분과위원장, 뉴저지한인회 수석부회장을 하게된 것은 그런 맥락이었다.”
그러다 팰팍시 상공회의소 부회장, 뉴저지주 한인회 부회장, 2005년 타운 행정부내 렌트조정 위원장, 2006년 5년 임기의 지역행정위원장, 2008년 교육위원에 선출되어 9년간 교육위원을 했다.
“90년대 이후 뉴저지 지역에 한인인구가 대거 늘어나면서 한인들이 캐스팅보드가 되자 미 정치인들이 레오니아, 포트리, 테너플라이, 잉글우드 클립스 등지에서 한인들을 공천하여 선출직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중이다.”
이종철 또한 지난 2009년 1월 공석이던 팰팍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시의원으로 당선되어 잔여임기 1년후 그해 11월 당선하여 재선됐고 2012년 시의장에 당선 1년간 시의회 수장으로 봉사했다. 미국 공립학교 제2외국어 한국어 지정, 유학생과 이민자들 빠른 정착 돕는 멘토링 등, 한인들의 문제점을 해결하다보니 자신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고충처리위원이다’고 말한다.
무보수 봉사직인 시의원에게 판공비는 없다. 중요한 행사가 열릴 때 꽃을 준비하려면 사비로 해야 한다. 이종철은 매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멕시코에 제자가 수백명, 미국내에는 수천 명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삶과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오가는 그다.
“태권도장을 서너개 하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보다 형이 더 멋있어요‘ 하는 후배들의 말이 그를 위로하고 자부심을 갖게 한다. 아내 송미경은 맨하탄에 네일 비즈니스를 비롯 여러 사업을 벌였다 접었다 하면서 내조에 힘쓰고 있다. 이종철 송미경 슬하의 1남 2녀는 직장인, 대학생, 고등학생이다. 남들은 4선의원을 하고 앞으로 경험을 더 쌓은 후 주하원의원이나 연방 하원의원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작 그는 “관심이 없다. 팰팍에서 남들을 도와주면서 살려한다”고 못박는다.그는 1년에 1~2번은 한국에 간다. 작년 9월에는 뉴저지주 고든 존슨 의원과 함께 방문, 충남도의회와 MOU(우호교류협력)를 체결했다.
● ‘마스터 리’ 가 좋아
이종철은 아는 사람도 많지만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도 많다.
“예산 향우회 모임은 가족같다. 친목단체인 꼬꼬모임은 57년 닭띠 남녀 18명이 모이는데 너무 즐겁다. 시니어센터에서 어버이날 잔치를 열기도 했다.”
“미국에 살면서 힘들다거나 아쉬운 점은 없다. 본업이 태권도 사범으로 태권도 미국팀 헤드코치, 국제태권도 팬암 대회도 나가고, 다 해보았다. 로툰도 시장을 비롯 사람들이 나를 시의원이나 부시장보다는 마스터 리(Master Lee)라고 부른다. 그것이 좋다.”
2018년까지 4선 시의원으로써, 별 이변이 없는 한 부시장으로써 ‘팰팍 타운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다.
“이민 1세들이 다 느끼는 것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지금도 매일 2~3시간은 영어공부를 한다. 또 튀어나온 돌이 더 맞는다는 말이 있다. 한인으로서 꾸준히 극복하고 봉사하면서 박힌 돌이 되겠다.”그의 소박하고도 진실된, 그리고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사람’을 산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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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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