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민족 전래의 명절인 지난 2월8일 설은 한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미주에 이식하여 뉴욕 한인이민사에 큰 이정표(里程標)를 세운 기념비적 날이었다.
나는 5년 전(2007-2011)까지 뉴욕한인교사회 회장으로 설이 마치 중국의 명절인 것처럼 ‘Chinese New Year’라고 표기되고 있는데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이런 노력의 결과로 뉴욕시 교육구가 이 날을 공식적으로 ‘Lunar New Year’로 표기하고 휴교일로 제정해 주었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는 이민 2세로서 뉴욕에서 초등학교부터 학창 생활을 하면서 항상 교육일정(academic calendar 9월-6월)의 순환 사이클에 따라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9월이 되면 두 번 휴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유대인의 명절이었다.
학생 시절엔 물론 휴교가 좋았지만 학부모님들은 휴교가 되면 불평이 많았다. 학생들을 맡길 데가 마땅치 않은 점도 있었고 유대인 명절에 휴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뉴욕에서는 설이 ‘Chinese New Year’로 불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점심 때 중국인들의 문화에 접근한다는 의미에서 중국 음식이 나오기도 했다. 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전체의 문화이다. 그런데도 마치 중국만의 명절처럼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교육청에서 나오는 포스터에는 ‘Happy Chinese New Year’, 즉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뜻의 중국어‘Gong Xi Fa Cai’(Mandarin) ‘Gong Hey Fat Choy’(Cantonese)를 써서 이 날을 홍보하기도 했다.
나는 우선 교사로서 잘못 표기된 ‘Chinese New Year’를 ‘Lunar New Year’(설)로 고치는 캠페인을 제안했고, 또 우리의 설날도 유대인들처럼, 그리고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처럼 공식적으로 휴교하는 운동을 제의했다.
당시 많은 뉴욕한인교사회 회원들이 우리의 역량이 미약하다는 점을 들어 캠페인의 성공에 회의를 표시했으나, 나는 우리의 명절인 설이 중국 설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일이 중요할 뿐 아니라, 유태인들의 설을 공휴일로 지정한 뉴욕 교육청 당국이 우리 한인들의 설날 공휴일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부당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지구 교육일정에 맞서 ‘설날 등교 거부운동’을 시작, 지난 10년을 이 캠페인에 진력했다. 이 운동을 시작할 당시엔 모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성공의 기적을 거두었다. 이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주고 협력해 준 결과이다. 이 캠페인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첫 째는 설이 중국 명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게 된 점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명절이 막강한 유대인의 명절과 기독교 명절처럼 소중한 문화로 인정받고 휴일로 제정되는 형평성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캠페인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모두의 작은 힘들을 합쳐 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설날 명칭 개정과 휴일 제정은 이민자인 우리들이 주류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면 살아가기 위해 어떤 자세와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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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뉴욕시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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