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무채색이던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노랗고, 하얗게, 그리고 핑크빛을 띤 불그스레한 색채가 입혀지고, 연녹색의 나무잎들이 수줍은 듯 조금씩 얼굴을 내밀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운 수채화가 완성되어 가고있다. 창조주의 계획대로 봄은 착착 진행되고 이맘때면 덩달아 나는 봄 처녀가 되어 꽃향기를 찾아 나선다.
새 생명은 얼마나 축복인가? 15개월된 손녀의 모습은 싱그러운 지금 이 계절의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서면서 뒤뚱대는 모습이 생동감을 뿌리는 파릇파릇한 자연을 닮았다. 신기한 눈을 반짝이며 처음으로 세상을 밟아보는 뒤뜰의 아기 사슴을, 손녀는 꼭 닮았다. 안쓰러운 눈으로 뒤에서 지켜보는 엄마 사슴은 어쩜 우리 딸과 똑같은지… 세월은 그 생생한 기억들을 약수터에서 솟아내는 약수물처럼 퐁퐁 퍼올리고 있다. 남편의 힘든 유학생시절이 지나고 미국서 결혼 후 낯선 이민생활의 파도 속에서도 첫 딸을 낳았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양 기뻐했었다. 아기가 사랑스럽고 귀여웠지만, 키우는 방법이 서툴러 시행착오도 많이 했다. 삶의 기슭에서 휘청거리며 애들이 성장하고, 사랑의 열매가 꽃피워 할머니가 되고, 예쁜 손녀를 안게 되고…
봄의 색깔은 자연의 쉼터이다. 흰 구름을 안은 파란 하늘 속에는 평화가 깃들고 어렴풋이 영원의 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거실의 열린 창문을 통해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종달새의 노래를 담은 따스한 봄바람이 애잔히 마음의 아지랑이 되어 젊은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실려 보낸다.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라…” 노래하다 목이 메이고 앞이 흐려지며 눈물이 촉촉히 젖어 온다. 벌써 내가 할머니가 되다니! 세월이 쏜살처럼 지나갔다. 마음은 아직 젊은데 어쩔 수 없는 인생의 겨울에 서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있다. 이렇게 화려한 봄날이 오면 아직도 어린 시절이 향수처럼 밀려오는데...
새싹이 나고 꽃이 피고 봄비에 잎을 밀어 올리는 생명의 계절인 봄이 오면, 숲속 개울을 타고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상큼한 향기가 마음을 젊게 하고 삶을 밝게하며, 손녀처럼 순수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순 없지만, 최소한, 남은 삶은 봄처럼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창조주가 나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살아있다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는 향기로운 4월이다.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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