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에서 최하층 카스트인 달리트 소속 주민들이 자신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 주에서 최근 달리트(이른바 '불가촉천민')의 카스트 차별 반대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아난디벤 파텔(74·여) 구자라트 주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2일 NDTV 등에 따르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인 파텔 주 총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는 75세가 되면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전통이 있는데, 내가 11월에 만 75세가 된다"면서 당 지도부에 주 총리 사퇴 의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미트 샤 BJP 총재는 "파텔 주 총리의 사직서를 원내 위원회에 제출했다"면서 조만간 사표가 수리되고 후임이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파텔 주 총리는 사퇴 이유로 나이를 거론했지만,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최근 구자라트 주에서 벌어진 달리트 시위 사태에 그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사퇴 원인으로 지적했다.
구자라트 주에서는 지난달 11일 달리트 청년 4명이 힌두교도가 신성시하는 암소의 가죽을 벗겼다면서 힌두 강경주의자들이 해당 청년들을 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면서 쇠몽둥이로 폭행하는 모습이 인터넷으로 널리 퍼지면서 18일부터 주 내 곳곳에서 달리트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달리트 시위대는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양상을 보였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달리트 청년 40여 명은 죽음으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겠다면서 음독·분신자살을 시도해 최소한 2명이 숨졌다.
지난달 31일에도 30여 개 달리트 단체 소속 2만5천 명이 주 내 최대도시 아마다바드에 모여 도로를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했다.
이 자리에서 달리트 주민들은 그동안 동물 사체를 치우거나 하수도를 청소하는 등 궂은일을 자신들이 도맡아 했는데 이 때문에 차별받는다면 더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면서 농사지을 땅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인도 아쇼카 대학 정치학 교수 길레스 베르니에는 텔 주총리의 사퇴는 커지는 달리트의 불만을 수습하려는 여당의 방책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설명했다.
베르니에 교수는 또 내년에 구자라트 주와 우타르프라데시 주 등 7개 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열리는 만큼 BJP가 이번 사태를 잘 관리하지 못한 파텔 주총리 대신 새 인물을 주총리로 내세워 선거에 임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했다.
힌두 전통 신분체계인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층에 속하는 달리트는 인도 12억5천만 인구 가운데 2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에 대한 차별은 헌법적으로 금지되고 입학과 공직 취업 등에서 할당제를 두는 등 적극적 우대정책도 시행되고 있지만, 힌두 사원 출입이 금지된다든지 학교에서 줄을 따로 세우는 등으로 일상에서의 차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에서 최하층 카스트인 달리트에 속하는 주민 2만5천여명이 자신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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