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으로 성별 구분 어려움
▶ 헤이든·찰리·에머슨·저니·델타… 이들은 남아일까? 여아일까?
하이디 클럼과 그녀의 딸 루 사무엘. <사진 nydailynews.com>
제시카 심슨이 딸 맥스웰 줌에게 키스하고 있다.
드루 배리모어와 그녀의 딸 프랭키.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 여아와 남아의 이름을 구별해 짓는 미국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건 폭스와 브라이언 오스틴 그린은 셋째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이산(Ethan)이나 제이콥(Jacob) 같은 전통적인 남자아이의 이름 대신 성별을 구분하기 힘든 저니(Journey)라는 이름을 택했다.
댁스 셰퍼드와 크리스틴 벨 역시 작년에 둘째 딸을 낳았을 때 성별 가늠이 어려운 이름 델타(Delta)를 선택해 지어주었다. 그들의 첫 딸은 링컨(Lincoln)이었는데 이로 인해 많은 친구들의 주목과 놀림을 받았고, 둘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추세는 그다지 특이한 것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 하이디 클럼이나 제시카 심슨, 드루 배리모어가 그들의 딸 이름을 각기 루(Lou), 맥스웰(Maxwell), 프랭키(Frankie)라고 지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할리웃 스타들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아동패션 라인에서 소년과 소녀를 구분하는 핑크와 블루 색상을 없애버렸다. 일부 고등학교들은 남녀 학생이 다른 색의 졸업가운을 입도록 하는 정책도 없앴다. 바야흐로 유니섹스 시대, 패션에서나 아기 이름에서나 성별구분이 모호해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남자아이가 여자 이름을 가지면 놀림을 받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인기 아기이름 사이트 네임베리(Nameberry)의 창립자 파멜라 레드몬드 새트란은 말한다. 이 사이트는 매달 5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는데 ‘포스트 젠더’(post gender) 이름이 2016년의 가장 뜨거운 추세라고 밝혔다. 테이텀(Tatum)이란 이름의 남자아이와 로리(Lory)란 이름의 여자아이가 모두 쿨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네임베리가 소셜 시큐리티 행정부의 아기 이름 등록현황을 분석한 결과 하퍼(Harper), 테이텀(Tatum), 퀸(Quinn) 등의 유니섹스 이름이 지난 10년 동안 60% 늘어나 2015년에만 6만7,813명이었다고 한다. 통계를 지난 30년으로 확대하면 유니섹스 베이비 네임의 증가폭은 8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에 가장 인기 있는 유니섹스 이름은 헤이든(Hayden)으로 여아 39%, 남아 61%가 이 이름을 등록했다. 그 다음으로 찰리(Charlie, 여아 48%•남아 52%), 에머슨(Emerson, 여아 60%•남아 40%), 로완(Rowan, 여아 35%•남아 65%), 핀리(Finley, 여아 60%•남아 40%)였으며 그 뒤를 이어 리버(River), 다코타(Dakota), 스카일러(Skyler), 피닉스(Phoenix), 테이텀이 탑텐 리스트에 올랐다.
유니섹스 이름 중에 어떤 것은 부모들이 새로 만들어낸 것들도 있다. 로열(Royal), 저스티스(Justice), 피닉스(Phoenix) 같은 것들이 그렇다.
30년전만 해도 트레이시(Tracy)란 이름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8배 많이 사용했는데 지난해 사회보장국 데이타에서는 50대 50의 비율을 보였다. 엘리엇(Elliott)은 오래전 100대 1의 비율로 남자아이의 이름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명중 1명이 여자아이였다.
테이텀은 10년전만 해도 90%가 여자아이 이름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8%가 남자아이였다. 헤이든은 10년전 11%가 여아 이름이었는데 지난해 39%로 늘어났다.
“현대의 부모들은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섰고, 아이들이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내아이들이 손톱을 칠할 수도 있고 여자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다”라고 ‘베이비센터’의 편집국장 린다 머레이는 말한다. 존슨 앤 존슨 사가 운영하는 베이비센터는 2015년을 ‘성 중립적인 아기의 해’라고 선포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금 20대에서 30대초로서 한창 아기를 낳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반영한다. 굉장히 개방적이고 다양한 세계를 수용하는 그룹으로서, 자기 아이들이 고정관념에 의해 억압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세대다.
인디애너 주 포트 웨인의 밀레니얼 세대 부모인 첼시 마쉬는 남편과 함께 이제 6개월인 딸의 이름을 패리스(Paris)라고 지었다. “딸의 이름을 잭이라고 지을 만큼 앞서가는 것은 아니지만 내 딸이 여자는 핑크색으로 규정지어지는 세계를 벗어나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강하게 자라서 흙 밭에서도 뒹굴며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딸이 되었으면 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아들을 낳아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아들이 농구선수 대신 댄서가 되고 싶어하면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부쩍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동성부모들은 누구보다 성별 구분 없는 이름에 열린 사람들이다. 요하나 바즈케즈와 그녀의 아내 일레인은 지금 두살 된 쌍둥이 딸의 이름을 카이와 칼로(Kai and Kalo)라고 지었다.
“우리 딸들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옷을 입힐 때도 다양하게 믹스매치하죠. 분홍색 여아 취향의 셔츠에 남자들이 입는 카고 쇼츠를, 수퍼히어로 보이 셔츠에 투투 스커트를 입히는 식으로 말이죠”
사실 아기 이름 짓기 트렌드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다른 모든 유행이 그렇듯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달 베이비센터에는 이비(Eevee)와 오닉스(Onix)라는 이름이 갑자기 증가했는데 이것은 포키몬 고에서 나온 이름들이었다.
성별 구분이 모호한 이름은 오래전에도 유행한 적이 있다. 1960년대 반문화 그룹들 사이에서는 아기 이름을 선샤인(Sunshine)이나 레인(Rain)으로 짓는 일이 많았다. 또한 1980년대 베이비부머 부모들 사이에서도 딸 이름을 블레이크(Blake)나 매디슨(Madison)으로 짓는 일이 많았는데 그것은 나중에 직장에서 남자들과 경쟁할 때 조금이라도 불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유니섹스 베이비 이름은 전체로 보면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작년에 미국에서 390만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유니섹스 이름이 주어진 아기는 그중 1.7%밖에 안 된다고 네임베리는 정부 통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기 이름은 남자는 노아와 리엄(Noah and Liam), 여자는 엠마와 올리비아(Emma and Olivia)다.
케이틀린 제너가 브루스로 전환하는 시대, 페미니즘이 팽배하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으며 트랜스젠더 유명 인사들이 활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앞으로 남자아이가 케이틀린(Caitlyn)으로 불리고 여자아이가 브루스(Bruce)로 불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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