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이글거리는 8월은 문학축제의 달이다. 단국대학이 해마다 진행하는 미주문학 아카데미를 비롯하여 연합문학캠프, 해변문학제 등에서 문학 강연과 글쓰기 행사가 펼쳐진다. 이번에도 캐나다와 미 동부지역 등 곳곳에서 문인들이 모였다. 올해는 신재기 수필가(경일대 문창과 교수)와 천양희 시인, 김현자 이화여대 교수가 강연자로 초청되어 다녀갔다.
해외에서 모국어 문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맞춤법에 약할 수밖에 없고, 모국 문단의 흐름을 읽어내기도 수월하지 않다. 모국어로 된 책이나 자료를 구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문인들은 자료 구입을 한국에서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의존하곤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긴 해도 오래된 자료나 특수한 자료는 달리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LA 한인타운의 피오피코 도서관에 한국 책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그러나 대부분 베스트셀러로 팔렸던 소설류여서 반갑게 달려갔던 마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형 서점이나 자료 풍성한 공공 도서관에 묻혀서 책과 논문자료 등을 뒤적거리는 맛을 느끼기에 이곳에는 자료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인 LA의 사정이 이러하니 다른 지역의 한인들이 한글로 문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다. 이렇듯 척박한 환경이다 보니 모국에서 온 문인들은 반갑고 귀한 손님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모국 문단의 흐름과 소식을 전해주는 강연을 통해 이곳 문인들은 새로운 문학이론을 만나기도 한다. 문인들에게 한여름은 지적으로 충만한 계절이다.
나는 이번 여름 박덕규 교수의 강연을 통해서 탈북문학에 대해 배웠다. 분단 조국에는 분단문학이라는 특수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했다. 탈북 작가들의 작품은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묘사와 형상화가 세련되어지는 것을 보았다. 소재의 강렬함이 묘사가 못 미치는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강의를 듣다 보니 미주문단도 이민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주 이민문학의 역사는 미주 한인 이민사와 맥을 같이 하겠지만, 1982년 9월2일 미주한국문인협회 창립 일을 기점으로 보더라도 그 역사가 30년을 넘었다. 남가주에서 발행되는 문예지만도 예닐곱 가지가 넘는다.
척박한 땅에서 기름을 뽑아 올리듯, 미주 문인들의 이런 노력은 문학 활동을 활발히 하는 데 적잖이 공헌하고 있다. 덕분에 모국 문단의 작가들에 뒤지지 않는 문인들이 미주에 많이 있다. 한국에서 강사들을 초청만 할 게 아니라 미주 문인들이 한국에 나가 이민문학 강좌를 열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글로 문학하는 문인들을 하나로 아우를 때도 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한국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 타민족들의 문학도 이민문학의 범주에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민문학에 대해 미주 문인들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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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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