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을 놓치기 아쉬워 오늘은 우리 부부가 아침운동을 포기하고 봄나들이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인생 ‘7학년6반’, ‘7학년1반’ 남녀 짝꿍의 데이트가 출발점을 떠났다. 조용한 산길과 숲속 갓길로 접어드니 역시 나무마다 새싹이 이미 발랄하게 자라 각기 제 잎새의 모양새를 이루는 중 이었고 산과 들은 연록색의 새 옷을 평화로이 입고 있었다. 숲속에선 기웃기웃 삐쳐 나온 홍자색 박태기나무 밥풀꽃들이 만발 하였고 볕 잘드는 길가에는 샛노랑 유채꽃 다발다발이 보라빛 난쟁이 제비꽃과 어우러져 원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담한 포도원을 두어 개 지나치다 동남쪽으로 차를 돌려 달리다보니 남편이 유료도로로 타게 되었다고 중얼 댄다. 나는 눈을 감고 못 들은 체 했다. 여기저기서 불도저로 새 타운을 건설하는 바쁜 모습들이 보인다. 힐끔힐끔 밖을 보며 남편은 “야아! 저 땅주인들이 대박 나겠구만...” 하길래 나는 맞장구 쳐줬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가르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가 남편따라 실속 있는 런치스페셜을 먹은 후 옆집 빵집에 들렀다. 커피 한잔 시켜 나눠 마시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남편은 진열된 여러 종류의 빵들을 둘러보며 빵 열개에 20불이면 비싼것 같지가 않은데 빵 한개에 2불이면 너무 비싼것 같다고 빈손으로 자리에 왔다. 나는 커피 반잔을 따라주며 억지웃음으로 맞장구를 쳐줬다. 지나간 43년간 여러 식구들을 거느리고 고달픈 이민1세의 삶을 일구어낸 77세, 희수연을 석달 앞둔 내 영감. 그동안 위로 두 형님과 부모님을 낯설은 이국땅에서 여의고 천하에 고아가 된 막내아들. 아련히 우러나는 나의 남편에 대한 ‘측은지심’은 왜일까?
이제 집으로 돌아오며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제1악장을 틀어놓고 즐거운 봄나들이를 마감 하려는데 영감이 끝마무리 한마디로 히트를 날린다. “여보, 이렇게 배부르고 자동차에 기름이 꽉 차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줄 알아?!!! 나는 이 한번 악물었다가 맞아!맞아! 외치며 늘 그러듯이 박수치고 맞장구를 쳐줬다.
<우명희 / 엘크리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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