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르르 쾅’ 귀청 찢어지고 눈이 타는 듯
최근 영국에서 딸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던 신부 아버지가 난데없이 벼락을 맞았지만 운좋게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기사가 화제였다. 벼락을 맞을 확률이 복권 당첨될 확률만큼 낮다고 하지만 벼락을 맞고 살아날 확률은 더 낮다. 미국에서는 벼락이 자주 치는 플로리다주에서 해마다 벼락에 맞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불행히 벼락을 맞고 사망하는 사람이 많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뉴욕 타임스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플로리다 번개 ‘천혜’의 조건
고온 다습한 기후, 반도형 지형, 멕시코만과 대서양의 고온 해수 현상. 플로리다주는 천둥번개가 발생하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플로리다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횟수인 1평방마일당 약 20.8번의 벼락이 치는 지역으로 텍사스주의 2배가 넘는다. 벼락에 의한 사망 사고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 2007년 이후 약 54명이 벼락을 맞고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올해들어서도 건축 현장 근로자 2명, 캠핑 야영객, 임산부 뱃속의 아기 등 4명이 벼락에 이미 희생됐다.
◇살았지만 손가락 두개 사라져
부슬비가 우중충하게 내리던 올해 1월 이른 아침 호신술 강사인 제임스 처치(55)씨는 플로리다 폰스 인렛 포인트 파크 해안가의 둑을 찾았다. 조용히 낚시를 즐기며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풀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평선 너머로 번개가 치는 모습이 보였지만 거리가 상당히 멀어 안심하며 낚싯대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바로 그때 번개가 처치씨의 몸을 가격했다.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눈앞의 섬광때문에 눈이 마치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정신을 차린 뒤에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몸을 움직여 낚시 상자의 휴대 전화를 꺼내려고 했지만 몸은 전신이 마비된 것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가까스로 뒤집어 배로 기어 가려는 순간 배위로 끈적한 액체가 흘러 내리는 것을 느꼈는데 바로 피였다. 겨우 상자까지 기어 가 전화기를 꺼내려는 순간 오른 손의 약지와 새끼 손가락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처치씨의 경우 번개가 다행히 심장을 비켜갔다. 번개가 친 곳은 옆에 두었던 낚싯대였지만 고압전류가 배와 앞팔까지 흘러들어 처치씨는 손가락을 잃고 내장까지 수술해야하는 부상을 입게됐다.
◇폐 반쪽 새카맣게 타
포크 웰치엔(사고 당시 39세)는 번개를 맞고 심장이 수분간 멈춰 천국의 문턱에까지 다녀왔지만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간호사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웰치엔씨가 번개를 맞은 것은 지난 2012년 10월 당시 14살 짜리 아들과 세인트 어거스틴 빌라노 비치에서 카이트 보드를 하려고 했던 순간이다. 번개를 맞고 길가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며 얼굴이 창백해져 갈 때 인근을 산책하던 간호사가 달려와 실시한 심폐소생술 덕분에 살아났다.
응급실로 옮겨진 웰치엔씨는 화상과 목뒷부분 부상 등을 치료받았지만 극심한 통증은 이후 한달간 지속됐다. 웬만한 진통제로는 전혀 듣지 않는 타는듯한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쾅하는 순간 18피트 날아가
번개 전문가도 번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잭슨빌 카운티의 수석 기상학자이자 번개안전이사회의 이사 직함을 지녔던 브래드 서스맨씨가 번개를 맞게 된 것은 1990년대초다. 당시 폭우가 쏟아 지던 날 열린 창문을 닫으려고 창틀로 손을 뻗는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서스맨씨는 약 18피트 가량을 날아가 넘어졌다.
당시 2살반이었던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아빠의 모습이 우습다고 말을 하는 것이 들릴뿐 서스맨씨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번개 치는 소리를 들은 이웃이 아무일 없는 지 확인하러 왔다가 쓰러진 서스맨씨를 발견한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이날 번개는 앞마당 포치 지붕을 뚫고 서스맨씨가 창문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 창틀까지 전달된 것이었다. 서스맨씨의 부상은 다행히 크지 않았다. 어깻죽지에 화상을 조금 입고 며칠간 정신이 조금 없었던 것 외에는 곧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상학자로서 번개가 두렵지 않다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이제 번개 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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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 / 한국일보-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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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것만으로 축복받아야할 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