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라기엔 너무 게으르고 점심은 조금 미안한 시간
어쩌라고 이미 끝나버린 일용직 노동시장 저물어 간다
얻기 위해 잠시 접어두어야 할 소중한 것들
저마다 내면 깊숙이 찔러넣은 사연의 가방 하나씩 둘러매고
혹시나 모여들고 필요에 따라 온 몸 바친
하루 품삯, 누구에겐 차곡차곡 쌓이는 희망이고
연명의 밥줄인 것을…. 이마저 여의치 않으니, 오늘은 공치는 날인가
진즉 자리 뜨고 싶어도 그나마 불러 줄 구원의 목소리 없을까
오는 차에 기대고 멀어진 차에 야속한 눈길 보낸다
손 잡아 줄 이 없어 가을 들녁 가랑잎처럼 이리저러 흩어지는
신세, 내일 다시 찾으리라 그리고 악착같이 따라 붙으리라
밑천이라곤 대책없이 물려받은 이 한 몸
나는 왜 맨날 수요보다 공급이 밀리는 쪽으로 줄 서 왔을까
갑은 고사하고 을 자리도 제대로 얻지 못할까
몇 몇은 무심한 세상 원망하고 열성 유전인자를 한탄하며
지당한 부모님 말씀 뒤늦게 깨우친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안부가 궁금한 듯 핸드폰 만지작거린다
지금은 품을 수 없는 먼 곳의 그리움들아
걱정마라, 세상 들었다 났다 할 튼실한 근육 있으니
노동은 언제나 신성한 것, 오늘은 기댈 고단도 없나
어디론가 곧장 뻗은 대로, 삶의 벽에 기대어 바라보는 길
아득하다
청춘의 한나절, 갈 곳 몰라 어슬렁 거릴 때가 있었다
<고치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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