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긴 폭염과 열풍에 목마른 계절
하루 노동을 끝내고 마음 한 켠
무거운 어둠을 걷어내고자
멀지 않는 길 갈대밭 지나
숲 우거진 산 언덕배기 너머
해거름 속 나의 옛길을 호젓히 걷는다
살아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마음 주었던 그대로의 숲이여
쓰러진 길섶 풀잎은 고개들어 별을 찾고
숲속에는 고단한 생물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
나는 세속의 가식과 위선의 탈을 벗고
만상이 와 닿는 신비의 고요 안에서
천상의 주인을 향해 마음을 들어올려 보네
부귀광명과 생사를 주관하는 절대자여
나의 초라한 육체도 살아야 하고
가난한 슬픔 영혼도 살아야 하거늘
금권과 권세를 가진 자들이 이를 죽이고 있으니
영혼이 물질과 간통하는 세상이 되었도다
강상(綱常)과 윤리가 무너진 오늘에
이 한 몸과 영이 편히 쉴 곳 어디메며
나의 죄목(罪目)은 몇이나 되랴
즐거움 보다는 가난과 시련의 고통이
기쁨보다는 갈등과 번민이 더 많았던
중년의 세월, 이 생존의 현장에서
욕망과 타락이 저지른 영혼 불륜의 죄
지난 생의 세월을 되짚어 돌아보면
어찌하여 그 분은 내게 생명의 선물을 주셨는지
아아! 나의 슬픈 영혼의 고독이야
이 껍데기의 세월, 혼돈 속에서
한 생을 흐트러지게 피었다 지는 유채꽃잎처럼
바람 불면 허공 한 번 휘-훠어이 맴돌다
구름을 밀고가는 바람같은 방랑삿갓이 되거나
마음 속 집도 절도 버리고
헛되고 헛된 속세의 욕망을 털어내며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는 탁발승의 뒷모습
허허롭구나 한 생의 비애여
<
박사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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