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패티김’의 노래 ‘구월이 오는 소리’가 생각난다.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 가로수에 나뭇잎이 무성해도 /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지고 /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뿐......, 지금 ‘패티김’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유별나게 더위를 참지 못하는 내게 9월은 얼마나 좋은 달인가. 그런데 왜? 9월이 오면 마음이 답답해질까? 언제부터인지 하루해가 지고 막 땅거미가 들어서려고 하면 안절부절 못한다. 불안하고 겁이 난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9시 전 후, 110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졌다. 남쪽 빌딩이 조금 먼저, 북쪽 빌딩이 조금 나중에 비행기가 부딪쳐서 무너졌다. 그 허망한 장면을, 그 생생한 방송을 그 시간에 보아야 했다. 어느 해 1월인가 눈발 휘날리던 날 아침 테러분자가 트럭 가득 폭발물을 싣고 지하실로 들어가 트럭 채 폭발시켰을 때도 끄떡없던 건물이었는데…. 그놈들은, 남을 해치려는 심보를 가진 뻔뻔한 악마들은 포기할 줄을 모른다. 2,996명의 아까운 인재들이 세상을 떠났다. 근처 빌딩에서 일하던 동생은 해가 다 질 무렵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돌아 왔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9월 11일은, 서류에 기록된 내 생일날이다. 그날을 내 생일로 아는 친구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는 날이다. 하필이면 그날은….
지금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공원에는 새로 하얀 대리석 날개를 편 건물이 거대하게 서있다. 건물 안 광장은 몇 만 명이라도 모일 수 있을 것 같다. 뉴저지 가는 패스 추레일 역은 하얀 고래등뼈로 천정이 덮여있는 듯 하고, 허드슨 강으로 이어지는 하얀 대리석 골목은 최신식 컴퓨터그래픽이 찬란하다. 그 대리석 빌딩 밖으로 나가면, 옛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다. 두 빌딩자리에 각각 추모의 풀(Memorial Pool)이 마련되어 있다. ‘추모의 풀’은 4각형의 검은 대리석인데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상징하는 인공폭포가 끊임없이 흐른다. 검은 대리석 난간 위에 각 빌딩에서 희생된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누구라도 그곳에 쓰인 이름을 보면 숙연해 지는데, 어떤 이름에는 장미꽃이 꽂혀있다. 검은 대리석 판에 새겨진 이름위에서 장미꽃은 울고 있다.
어차피 9월은 이별을 준비하는 달이다. 이제 나뭇잎은 단풍 들 것이고, 단풍잎은 곧 땅에 떨어질 것이다.
이별을 눈앞에 둔 참담한 9월, 오래 전에 썼던 졸시 한 편을 적는다.
-오늘 하늘이 부르면/ 나도 가야 할 사람/ 세상에/ 시한부 생명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찬비 떨어지듯/ 땅에 떨어지는 당신 앞에/ 나는 속수무책/ 용기 있는 자는/ 바람이 와서 쓸어가고/ 용기 없는 자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이 생(生)에 남아있는/ 번뇌의 발길/ 바람아,/ 떨어질 수 있는 힘을 다오. <낙엽>
<
최정자/펜클럽 전 미동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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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김 자신도 자기 노래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으로 '구월의 노래' 를 들었습니다. 늘 듣고 있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