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밤하늘은 맑았고
붙박이별은 차갑게 빛났으니
대기는 산야에 흰 가루를 뿌렸구나
상수리나무 잎새와 들풀잎 위에
찬이슬 방울 맺힌 첫 새벽 너머
젖은 몸을 털고 있는 가문비 나무
만추의 마른 속살을 들여다본다
하늘이 꾸미는 천극(天劇)을 누가 알랴
성난 탈을 쓴 몇 겁의 먹장구름의 시위
서쪽에서 달려오는 우뢰 같은 아우성 소리
광란의 광풍에 할퀴어
몸부림 치는 가난한 잎새들과
어디로 가는 지 정처없는 허공으로
흩어지는 너와의 별리(別離)
추엽의 춤사위는 비애이어라
한 생의 도정에서 삶의 무대인 듯
이 향연의 아리아, 영창(詠唱)의 율동
그 슬픈 형상(形象)의 환영에서
나는 망각의 부활을 보았느니
어두웠던 1950년 그 날을.
어느 골목길 어귀에서
검은 눈물자국을 훔치며 울고 서있는
그 어린 소녀의 영상을 보았네‘
그날의 만남이후
세월의 강을 힘들게 건너 찾아온
너는 정다운 여인이 되었구나
담장나무 꽃은 이미 지고
울며 가고 오며 떠도는 기러기 마음
말로 못다 할 사연으로
애민(愛憫)의 강을 건너왔다만
그동안 무엇에 사로잡혀 살아왔던가
열 두 인연 회억의 서창에서
추심(秋心)의 비가를 읊으랴
한밤중 꿈 잃은 노년이여
꿈 또한 무명의 태허(太墟)인 것을
주(註: 열두인연(十二因緣)은 불가에서 말하는 십이인연을 뜻하며 과거에 지은 업을 따라서 현재의 과보를 받고, 현재의 업을 따라 미래 고통을 받는 열두가지 인연이 있음을 말한다.
#바로잡습니다:10월8일자 독자문예난에 게재된 박사농 시 ’백악산의 벽서(僻書)‘는 벽서(壁書)로 바로잡습니다. 僻書는 이상야릇한 기서의 뜻이며 壁書는 임금이 초야의 인재, 사림의 경세가를 초대하는 왕명의 첩지를 뜻합니다.
<
박사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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