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C 박선영 교수, 한글소설 등 발굴…선집 ‘구제적 강도’ 출간

초기 이민문학 아카이브 작업에 열정을 보이는 USC 동아시아학과 박선영 교수

전낙청 선집 ‘구제적 강도’의 표지
“미주 한인 1세대가 1920~30년대 쓴 한글 소설입니다. 대공황 이후 시기를 배경으로 미주에 사는 한인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죠”
USC 도서관에 묻혀 있던 고 전낙청(1876~1953)씨가 쓴 한글 소설 발간은 평범한 삶을 살았던 첫 세대 미주 한인의 작품집이기에 더욱 귀하다.
1930년대 리버사이드에 살았던 초기 이민자인 전낙청씨는 8편의 소설과 6편의 논설문을 한글로 썼고 유족이 USC에 원고를 기증했지만 한국 고전문학 아카이브 작업에 열정을 지닌 박선영 한국문학 교수를 만나기까지 상자에 든 색바랜 원고에 불과했다.
박선영 교수는 “2008년 USC 한국문학 조교수 채용 인터뷰를 왔다가 박스 하나 가득 든 색바랜 원고와 ‘홍경래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미국으로 이주 온 서북인에 의해 쓰여진 이 고전소설을 발굴할 결심을 했고 2015년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연구팀을 구성, 유지하고 기금을 조성해 관련 학회 행사를 조직하고 원고 편집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전낙청씨의 소설 ‘구제적 강도’는 1세대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난 주인공 잭 전이 에바와 팻시 등 백인 여성들과 벌인 연애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잭과 사귀는 백인 여성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아시아계인 잭과의 교제를 꺼리고 방해하는 모습에서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인종차별의 실상을 짐작하게 한다. 잭은 모함으로 인해 곤경에 빠진 연인 에바를 위해 은행장을 위협해 돈을 받아내는데, 그 방법이 에바를 구하면서 동시에 실업자들 역시 도울 수 있는 묘책이었다는 점에서 ‘구제적 강도’라는 제목이 나왔다.
박 교수는 “전낙청씨는 한국 고전소설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미주한인 문학의 귀중한 선례가 되는 작가”라며 “한글로 원고지 1만 장 정도의 원고를 남겼는데 당대 일본제국의 검열도, 미국의 검열도 받지 않은 지극히 드문 작품들을 썼다는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3년 간 전낙청 소설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을 규합해서 마침내 한글본 단편 및 에세이 선집이 출간되었고 앞으로 한 두권 더 나올 계획이다. 무엇보다 선집은 재편집해서 영문 번역을 가야출판사와 함께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낙청 선집 출간에는 서울대 규장각 황재문 교수, 충북대 국문과 이지영 교수로 구성된 자료 독해 및 연구 핵심팀, 케네스 클라인 전 USC 동아시아 도서관장과 조이 김 한국학 도서관장, 중앙대 접경인문학 연구단 전우형 교수와 차용구 단장, 그리고 USC 도서관 컬렉션 컨버전스 이니셔티브(CCI)의 윌리엄 데버럴 디렉터와 박선영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기여했다.
언어, 사상, 지정학적 측면에서 전낙청 선집은 동부의 엘리트 이주민에 비해 서부의 가족 단위 이주민 정체성과 정서를 대변한다. 박 교수는 “미주한인 문학사의 맥락에서 보면 전낙청은 동부에서 미국여성과 결혼하고 영문으로 작품활동을 했던 1세대 한인 작가 강영일과의 유일한 동세대 작가”라며 “모국어인 한글로 집필했기에 강영일보다 더 많은 작품을 남겼고 한국 고전문학 전통의 영향 및 진보적인 사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서울대 규장각 황재문 교수의 편역으로 출간된 ‘구제적 강도’는 현재 USC의 이경희 박사가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재편집과 영역을 맡는다.
박 교수는 “이 아카이브 발굴 프로젝트는 USC도서관이 기증받는 자료들을 어떻게 보관, 연구, 출판 내지는 세상에 공표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며 “이 사례를 통해 미발표 고문서들을 소장하고 있는 LA현지 및 미국 내 한인들이 USC에 자료를 기증하고 또 그 귀한 자료들의 보존과 연구 및 출판, 홍보, 전산화 등을 위한 기부를 고려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낙청 선집 ‘구제적 강도’는 알라딘 서점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676354 에서 주석본과 현대어역본 2권으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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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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