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멈춰버린 시간처럼 느껴지는 2020년이 끝나고 2021년이 시작되었다. 늘 분주하고 요란했던 연말연시도 이번에는 가족끼리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팬데믹이 시작되어 4살난 아들의 프리스쿨도 닫고, 나와 남편도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온 가족이 하루종일 집에서만 붙어 지내야 할 때는 그저 답답하고, 너무 힘든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것인지 내 마음에도 조금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
미국에 코로나가 점점 더 심해질 무렵, 주변의 꽤 많은 가족들이 한국으로 임시 귀국을 하였다. 14일동안 자가 격리를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커피 한잔하며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아이들을 잠시라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도 진지하게 임시 귀국을 고려해 보았지만,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뛰어다니는 시간이 더 많은 듯한 에너자이저 첫째 아들과, 오빠하는 건 다 따라하려고 하는 호기심쟁이 딸과 함께 2주 격리는 무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가족’이란 이름의 무게가 한껏 더해진 것은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가족은 그 시작부터가 참 기묘하다. 수십년동안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성인이 남은 세월동안 함께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두 사람은 너무도 다른 두 인생을 하나로 조화시켜 보겠다며, 하나하나 부딪히고 티격태격 다투어가며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많은 가정에 ‘자녀’라는 또 다른 가족이 추가되며, 제각기 다른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동행하기 위해 상상 이상의 노력과 희생을 요구당한다. 우리는 왜 이런 노력을 기울이며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찾은 답은 ‘관계’다. 갈등도 힘든 순간도 많지만, 이 모든 것은 가족간의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아닐까! 그리고 그 비용은, 이 특별한 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나를 향해 빙긋 웃어주는 그 해맑은 웃음들로 갚아지고 있다.
“네가 나를 길들이고 내가 너를 길들이면 우린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 테니까.” (소설 ‘어린왕자’ 중에서)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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