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대학살은 균등주의와 합리성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히틀러는 유대인, 집시, 장애인, 열등한 인간이 없는 합리적이고 균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염원했다. 이에 따라 히틀러는 유대인 대학살 작업을 떳떳이 수행했다.
끔찍한 홀로코스트의 악행은 사납게 날뛰어 통제할 수 없는 무질서의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질서정연하게 명령을 준수하고 일점일획의 착오 없이 복종하는 균등하게 제복 입은 자들에 의해서 떳떳하게 실행된 합리적 작품이었다. 놀랍게도 제복을 벗을 때마다 그들은 악마가 아님이 밝혀졌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Modernity and the Holocaust’ 중에서)
모든 제품의 ‘균등화’는 맥도날드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다. 맥도날드의 빅맥은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하다. 균등화 된 크기, 품질, 가격, 분위기가 고객의 기대감을 보장한다.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만족시킨다.
1981년 한국에 첫 맥도날드 매장을 오픈할 때 생긴 일이다. 프렌치 프라이의 원료인 아이다호 감자의 수입을 한국 정부가 허락하지 않으므로 제품 균등성의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산 감자는 미국 아이다호 산 감자보다 작고 수분이 적다. 길게 잘라 튀겨내기도 어렵고 맛이 미국 산과 균등하지 않았다.
미국 본사는 연인원 600여 명에 달하는 영양사, 조리사, 화학 전문가를 한국에 급파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근교와 강원도 일대의 500여 감자 산지를 찾아가 세밀하게 분석, 연구했다. 7년이 지난 후에야 연구진은 복합비료의 사용을 조절하므로 미국산 감자와 동일한 품질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밀도 높은 상품 균등성을 만들어 내려는 맥도날드 본사의 관료적 정책으로 말미암아 국가 간의 통상, 외교문제가 야기되었다. 기업 간에는 상호 불신 문제를 일으켰다. 맥도날드의 경직된 균등화 정책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나오는 다리 자르기와 같아서 인간에게 까지 기계적 통제를 강제하는 비합리성과 비인격성을 만들어 내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 논리 안에는 기계적인 균등화를 추구하는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와 비슷한 개념이 들어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말했다.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은 그들 중 누가 무엇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모두 무엇으로 분류되었는가로 인해 죽음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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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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