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150달러면 美성장률 0.5%P↓”…물가상승 심화·유로존 침체 우려도
▶ 美 독자 제재탓 영향 제한적 관측도…향후 유럽국가 동참 여부가 관건
캘리포니아의 한 주유소[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행정부가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입 금지를 천명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제동을 걸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는 게 백악관측의 설명이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상당한 부작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조치에 따라 당장 국제 유가의 추가 급등이 예상된다.
세계 3위 산유국이자 1위 수출국인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경우 가뜩이나 차질을 빚고 있는 글로벌 원유 공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원유와 정제유를 합친 러시아산 석유 수출은 하루 780만 배럴에 이른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급 불균형에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면서 이미 14년 만의 최고치를 찍고 있는 유가가 역대 최고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JP모건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올해 내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대부분 차단될 것이란 점을 전제로 배럴당 200달러까지 예상했다.
당사자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 석유에 대한 거부는 글로벌 시장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가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물론 유럽 동맹들이 동참하지 않은 미국의 독자 제재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제품 수입량은 하루 70만 배럴로 전체 수입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증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의 충격파는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유 공급망에서 빚어지는 작은 차질 하나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민간 석유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하루 450만 배럴 수입하는 유럽에서도 점진적인 수입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유가에 상방 압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아 경기 불황 속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구촌을 덮칠 것이란 공포도 커진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0.5%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급등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발(發) 추가 물가상승에 위축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경기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7일 보고서에서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에너지 제재가 도입될 경우 러시아 경제가 최대 25% 위축되고,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두 배로 치솟으며, 유로존이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뿐 아니라 밀, 구리, 알루미늄, 팔라듐, 니켈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가중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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