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과 보수파 주도 주의 절반이 금지할 듯 우려
▶ 11월 선거 핵심쟁점 부상…정치적 공방·사회적 혼란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 인정 판결을 폐지하면서 많은 주에서 낙태 클리닉도 존재가 위태롭게 됐다. 미주리주 낙태 클리닉에서 낙태 반대론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연방대법원이 24일 약 50년간 유지되며 사실상 연방 법률과 같은 역할을 해온‘낙태권 인정’ 판결을 공식 폐기함으로써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의 판결은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을 폐기한 것이어서 이제 낙태를 합법적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주 정부와 의회의 몫으로 넘어갔다. 당장 절반에 가까운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처를 할 것으로 보여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불법 시술, 원정 낙태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 권한으로 넘어간 낙태권…절반이 사실상 금지할 듯
이날 연방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헌법에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도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 된다.
1973년 1월 나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본 임신 약 24주 이전까지는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판례를 파기함에 따라 이제 결정권은 주 정부와 의회의 몫으로 넘어갔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구트마허연구소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무효화할 경우 미국 50개 주 중에 절반 남짓인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고 집계했다. 대부분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우위에 있는 곳들이다.
26개 주 중 22개 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전에 낙태를 금지한 법이 있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시행하지 못했거나 ▲판례 파기 시 곧바로 낙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을 담은 법을 마련했거나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등 규제를 갖고 있다. 또 플로리다, 인디애나, 몬태나, 네브래스카 등 4개 주는 판례 파기 시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로 분류됐다.
■원정 낙태·불법시술 우려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낙태 관행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구트마허연구소의 분석으로 볼 때 절반가량의 주는 임신 후 일정 기간 내 낙태를 허용할 것으로 보여 미 전역에서 낙태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낙태 규제가 주의 권한으로 넘어감에 따라 주별로 들쭉날쭉한 주법이 시행될 공산이 크다.
상당수 주는 임신부의 생명 위협만 낙태 사유로 인정하고 근친상간이나 강간에 의한 임신 역시 낙태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 임신한 여성이 낙태가 허용된 주로 낙태를 위해 이동하는 원정시술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정시술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허가 시술이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 의료인이 아닌 경우 임신부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불법 시술인 탓에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임신중절이 가능한 알약을 이용하기 위해 알약 밀거래가 성행할 가능성 역시 있다.
■정치적 공방 거세질 듯…중간선거 쟁점 급부상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문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득표전에 영향을 미칠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낙태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마켓대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로 대 웨이드’ 판례 파기에 대해 찬성 의견이 31%인 반면 반대 입장은 6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치적 수세에 몰린 민주당으로선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유리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조사해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3%(민주 78%·공화 49%)는 중간선거에서 낙태권을 옹호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 지속에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로 바이든 대통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반전에 필요한 결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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