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의 해묵은 앙숙 관계가 ‘교통 체증’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도버항구에 22, 23일 휴가 인파가 몰리며 심각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입국 심사에서 여객선 탑승까지 4, 5시간씩 걸리면서 배를 놓치는 혼란도 발생했다. 프랑스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에 출입국 절차가 복잡해진 결과”라고 영국에 책임을 돌렸다. 영국은 “프랑스의 검문 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맞받아쳤다.

23일 오전 영국 워릭셔주(州)에서 오전 4시에 출발했다는 맥신 굿맨은 오전 10시에도 대기 줄에 갇혀 있었다. 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줄이 3마일(약 4.8km)이나 늘어섰는데 한 번에 차량 5, 6대만 통과시킨 후 다시 이동을 막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다리다 못해 짐가방만 꺼내 들고 차도를 따라 여객선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프랑스는 브렉시트를 원망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이후론 양국 국경을 넘나들 때 여권 심사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피에르 두몽 프랑스 공화당 의원은 “이건 브렉시트 후폭풍”이라며 “2년 전 영국 정부가 도버항에 프랑스 경찰들이 이용할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할 비용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즉시 반박했다. 브렉시트 후 출입국 심사가 강화된 건 사실이지만, 이번 혼란의 원인은 프랑스의 국경 검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새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도 “이런 끔찍한 상황의 재발을 막으려면 프랑스 측이 국경 수용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