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중소도시 전체 GDP 60% 차지 집값 떨어지면 연쇄 하락 불가피 부동산 악화땐 소비 붕괴도 겹쳐
▶ 미중갈등·공급망 재편 위상 하락 무역중심축 중국→동남아 이동할것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2023’의 핫이슈 가운데 하나는 빠르게 식고 있는 중국 경제였다. 세계 주요 2개국(G2)인 중국의 성장 둔화, 그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추락이 세계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위상 약화와 함께 세계무역의 중심축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글로벌 쇼크와 터닝포인트’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지난해 중국의 급격한 성장 경로 악화는 세계경제를 괴롭혔다”면서 앞으로 중국 중소 도시의 부동산 리스크가 글로벌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도시를 크게 3단계로 나눈다. 티어1(Tier1)은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선전 같은 발전한 초대형 도시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규모가 작아진다. 이 가운데 로고프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티어3 도시들이다.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티어3의 경우 2021년 초 이래 부동산 가격이 20%나 빠졌으며 인구 증가율도 2021년 기준 티어1이 0.2%, 티어2가 7.9%인 데 반해 티어3는 -2.0%다. 중국 전체 GDP의 60%, 주택 재고의 80%가 몰려 있어 향후 이들 중소 도시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한다면 ‘지역 부동산 침체→지역민·기업 부실→소비 및 생산 감소→중국 경제 악영향→글로벌 경기 급락’의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로고프 교수의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의 부동산 거래량은 전년 대비 -37.1%였다.
중국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펠로는 “중국 내 기업 생산성이 둔화한다는 차원보다 더욱 불안한 요소는 기업들의 중국 진입과 진출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역동성은 이제 근본적으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중국에서는 국영기업에 대한 투자가 극적으로 커진 반면 민간 부문 투자가 매우 미약했다”며 “중국 성장률이 지난해 약 3%대에서 올해 4~5% 수준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문제가 악화한 후 코로나19 봉쇄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부의 소비가 붕괴하고 있다. 중국의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시점은 2024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블리 선임 펠로는 중국이 성장 경로를 되찾기 위해서는 △올봄 코로나19 재유행 △부동산 심리 악화 △자산시장 불안 △글로벌 금리 상승의 파고를 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기술 갈등도 중국 경제를 옥죄는 악재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 있어 중국은 여전히 노트북과 모니터,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기, 리튬 배터리의 제1 공급국이지만 양국은 탈동조화(디커플링)의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지난해 말 미국의 대중 수입 규모는 무역전쟁 이전보다 18%가량 낮았다”고 전했다.
그 연장선에서 석학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화의 종말, 서구 국가들의 공급망 재편에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지워싱턴대의 셰에라자드 레만 교수는 ‘정치적 리스크와 국제 무역의 미래’라는 주제 발표에서 “2026년까지 세계무역의 중심축이 중국에서 동남아와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같은 남쪽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이 기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을 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 5위로 내려앉고 이들 지역이 1~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으로의 유입을 멈춘 서방 자금이 남미를 포함한 신흥국들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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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김흥록 특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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