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립미술관 ‘무라카미좀비전’
▶ 이우환 작가 초대, 국내 개인전…3월12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
20대 후반의 무라카미 다카시(61)는 전쟁을 일으켰다 패망한 일본이 전쟁 관련 장난감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게 괴이했다. 탁자 크기의 플라스틱 상자 표면에 엄지손가락보다도 작지만 정교한 프라모델 군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오르는 1991년작 ‘마타마타’의 탄생 배경이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지난 26일 개막한 ‘무라카미 다카시:무라카미좀비’전을 통해 처음 공개된 작가의 초기작이다. 같은 해 작업한 ‘란도셀 프로젝트’는 미국 군정의 영향으로 군인용 가방을 본 딴 일본의 어린이용 책가방을 보여준다. 전후 일본 사회에 미성숙한 아이의 이미지를 씌워 ‘귀엽다’고 열광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가방 무게 만큼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공부해야 하는 어린 세대를 향한 자조가 뒤섞여 있다.
2002년 루이비통의 제안으로 발표한 ‘멀티컬러 모노그램’으로 패션계에까지 영향을 끼쳤고, 방긋 웃는 ‘무라카미 플라워’는 방석부터 양말까지 ‘짝퉁’이 유통될 정도로 미술가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무라카미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3월 12일까지 열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화풍을 계승한 매끈하고 정교한 그림체로 유명한 무라카미는 요시토모 나라와 함께 ‘일본팝(Japan Pop)’ 1세대 작가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무라카미의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극적·상업적이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작가가 왜 그런 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깊은 속내도 들여다볼 수 있기에 의미가 더 크다.
무라카미는 어릴 적 본 ‘은하철도 999’와 ‘미래소년 코난’에서 감명을 받아 대중문화에서 더 큰 경쟁력을 드러내는 일본미술의 본질을 고민했다. 1986년 삼수 끝에 도쿄예술대학에 입학한 그는 ‘일본화’를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땄다. 그가 창안한 ‘슈퍼플랫(Superflat)’의 개념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서구와 일본을 차별없이 ‘평평한 구조’로 해석한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네 번째 전시를 위해 손수 초청 편지를 쓴 이우환은 “무라카미님의 작품은 얼른 보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고 화려하다. 그러나 다시 보면 독이 있고 강한 비판성이 감춰져 있어 지나칠 수 없다”고 적었다. 당초 지난해 9월 개막할 예정이던 이번 전시는 태풍으로 노후한 미술관에 비가 새면서 연기됐다. 전시일정이 미뤄지고 짧아진 것을 놓고 고민한 미술관 측은 1만원 이상의 관람료를 ‘무료’로 결정했다. 보험가액 958억원에 이르는 170여점 작품을 공짜로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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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상인 미술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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