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변하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나이가 들어가며 늙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것을 진화라고도 하고 성장이라고도 하고 때로는 퇴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퇴보라고 해도 그것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완벽하게 환원했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이 변했어도 우리는 이미 변해있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의 물리적인 형태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도 변하고 뜻도 변하고 마음도 변한다. 사회도 변하고 관계도 변하고 하물며 생이 사로 변하기도 한다. 이 생과 사의 변화가 아마 변화의 극치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누가 뭐라든, 세상이 두 쪽이 나도, 변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이 유행이다. 조그만 생각의 씨앗이 한 번 마음 밭에 뿌려지면 이것은 디지털 관계망에 의해 무한 강화되고 증강되고 단단해진다. 이제 마음속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성 하나가 들어앉았다. 아무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이 성을 깨거나 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성은 무수한 돌들을 주워다 더 높이 더 견고하게 쌓아올려 안전을 도모한다. 예전에는 가랑비에 담 무너진다는 속담도 있었지만, 이 성채는 천지개벽이 나도 어림없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성은 자기 자신의 선택이요, 그 선택의 고집이고 맹종일 뿐이다. 경험 하나만 가지고도 쉬 무너뜨릴 수 있는 허술한 요새다. 내가 나와 다른 색깔을 가졌다고 적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정말 처단되어야할 나의 적인가?
남이 던진 돌멩이를 주워 내 성을 더 견고하게 쌓아올리기 전에 일단 나의 성을 허물어볼 일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없는 깨끗한 땅 위에 서서 처음처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적도 나도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며, 그 불완전함의 틈새가 우리의 구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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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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