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 같은 낙관론은 과도한 희망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이나 경기 침체 없이 물가상승률을 2%대로 둔화하는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소 네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지 않는 것이다.
고금리가 이어질 경우 경기가 돌연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로 올린 상황이다.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문제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은 11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조건은 경제가 과열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와 경제활동은 잠시 위축 조짐을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가구의 저축과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다시 활발해졌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준이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조건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막는 것이다.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30%나 급등하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연준도 대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WSJ은 지난 1990년과 2008년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후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경기 경착륙을 불렀다고 전했다.
마지막 조건은 금융시장의 안정이다.
지정학적 분쟁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연착륙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기준금리가 갑자기 상승할 경우에도 금융과 자산시장 전체에 압력이 가중하고, 시장의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조건을 채우는 것은 현명한 정책 결정뿐 아니라 운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장기간 연착륙을 달성한 것은 1995년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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