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사직 수리된 경우 없어…효력 발생하지 않아”
▶ 교수들 “대한민국 의료 붕괴 중…상당수 떠날 것”
▶ 환자들은 걱정과 불안에 “부디 남아달라” 읍소

끝나지 않는 의정갈등 (서울=연합뉴스)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25일(이하 한국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25일 당장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교수는 없을 것으로 파악했지만, 의대교수 단체는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혀 대혼란이 예상된다.
환자들은 걱정과 불안에 떨면서 의사들에게 "부디 남아달라"고 읍소했다.
◇ 무더기 사직 아닌 '찻잔속 태풍'?…정부 "사직효력 발생 없어"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25일부터다.
의대 교수들은 민법 제660조에 따라 사직서 제출 한 달이 지나면 병원의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의 주장과 달리, 정부는 한 달이 되더라도 사직 효력이 일률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접수돼 오는 25일 수리가 예정된 의대 교수는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대학 교수들 중에서 사직서 자체를 제출한 사례가 많지 않고, 제출했더라도 총장이나 이사장 등 '임용권자의 수리'가 없으면 사직 처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육부 판단이다.
실제로 사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각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정작 대학 본부나 병원에는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교수들로부터 받은 사직서를 비대위가 보관해온 경우도 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의 경우 3월 28일과 4월 3일 두차례에 걸쳐 교수들에게 사직서를 받아 보관해왔고, 이를 오는 26일 학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병원을 떠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교수들의 사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며, 정부에게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일종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교수는 "환자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의사가 어딨겠느냐"며 "(정부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엄포용' 아니라는 분석도…교수들 "실제로 상당수 떠날 것"
정부의 낙관적인 입장과는 달리, '무더기 사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로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번아웃'(탈진 상태)에 내몰리고 정부에 실망한 교수들의 절박한 심정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이다.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를 비롯해 비대위 수뇌부 4명은 5월 1일부터 실질적으로 사직한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수뇌부 4명은 모두 필수의료 교수"라며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 환자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학장에게 가톨릭의대 부속 8개 병원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상당수가 실제로 사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직서 제출 규모는 수백건에 달한다"며 "사직서를 낸 교수 중 최소 3분의 1은 빠른 시간 안에 실제로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교수들은 돌보던 환자들에게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안내하거나, 더 이상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방식 등으로 조용히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환자들에게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전원을 준비해달라고 안내했다.
지난 2월부터 두 달 넘게 의료공백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걱정과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환자단체 등은 일제히 불안을 호소하며 교수들에게 현장에 남아달라고 읍소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부터 발효되는 사직 효력으로 인해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현장에 남아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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