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욱 서울대 명예교수가 8일 ‘미중 패권과 화교’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21세기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다.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전후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애난데일 소재 설악가든에서 8일 열린 포토맥 포럼(회장 이영묵) 초청 특강에서 정종욱 서울대 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주중 대사)가 ‘미중 패권 경쟁과 화교: 그 역사적 뿌리와 새로운 시련’을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양국 간 패권 경쟁은 경성국력(hard power)과 연성국력(soft power) 두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군사력과 경제력 위주의 하드파워 경쟁은 중국의 추격이 상당히 빠르다. 특히 STEM 쪽에서 중국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소프트파워는 아직 미국을 추월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소프트파워의 일종인 공자학원과 일대일로 등의 방법을 구사했지만 정치체제와 사회 문화적 제한 극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1세기 초부터 대미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대외 영향력 확산 캠페인을 펼쳐왔다. 첫 캠페인이 공자학원(Confucian Institute)으로 2000년대 초반에 설치를 시작해 2023년에는 세계 164개국에 541개의 공자학원이 설치됐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정 교수는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후 중국몽 실현에 화교 역할을 강조하며 ‘화교는 중국이 가진 비장의 보배’, ‘화교를 이용해서 꿈을 이룬다(以僑引夢)’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자학원 다음에 후진국 개발을 위한 일대일로(Belt & Road) 사업을 펼쳤으나 한계가 드러나며 나온 것이 이교인몽(以僑引夢) 정책이라는 것.
이교인몽 정책은 몇 년 전에 등장했던 늑대외교(wolf warrior diplomacy)와 유사한 것으로 대미 경쟁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 외교, 불법 로비, 정보수집 등을 포함한다.
정 교수는 “중국이 화교를 늑대외교의 손발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내 화교들이 미국법에 저촉되는 정보수집 활동을 하다 걸리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도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화교와 모국 간의 대립을 부추기고 미주 화교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지난해 9월 뉴욕주 앤드류 쿠오모와 캐시 호쿨 전·현직 지사의 보좌관 린다 선이 불법 로비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들었다.
한편 미국에서의 화교 역사에 대해서는 “뱃길 닫는 곳에 화교 있고 연기 나는 곳에 화교가 있다”며 “세계 화교는 약 6천만 명이며 미국 화교는 1848년 샌프란시스코에 325명으로 시작돼 현재 약 550만명(2023년 센서스)”이라고 소개했다. 초기 중국 이민자들은 대부분 대륙횡단 철도 건설과 골드 러시 노동자로 일하고 가난했던 반면 20세기 후반에 이민 온 신화교들은 고학력, 경제적 여유, 영어가 유창한 유학생들이 많아 STEM 분야 종사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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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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