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중잣대 논란
▶ 3개월만에 쾌속 인정
국경을 강화하고 사실상 모든 난민 수용을 거부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에게는 정착을 허용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남아공 정부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너(Afrikaners·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 49명을 태운 미국 정부 지원 전세기가 전날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남아공에서 과거 백인 정권은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를 자행했지만, 그 후손인 이들은 현재 백인에 대한 역차별로 일자리를 잃고 폭력에 노출되는 등 박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조하며 취임 직후인 올해 2월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통 수년이 걸리는 난민 인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돼 3개월 만인 전날 ‘아프리카너 난민’의 첫 미국행이 시작됐다. 이들은 세네갈 다카르를 거쳐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뒤 미네소타, 텍사스, 앨라매다 등지로 흩어져 난민 정착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들 49명은 난민이 아니라는 게 남아공 정부의 입장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코트디부아르에서 열린 행사 패널 토론에서 “출국한 사람들은 박해받지 않았다”며 “그들은 괴롭힘도, 부당한 대우도 받지 않았으며 헌법에 따라 (적법하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인권 단체 등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난민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단이나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쟁과 굶주림을 피하려는 이들에게 굳게 걸어 잠근 문을 남아공의 백인에만 개방하는 것은 취약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난민 정책 자체를 조롱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전날 아프리카너의 출국은 조용히 이뤄졌다. 이들은 미국 대사관이 언론 접촉을 금지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고 현지 경찰은 그들을 자극하지 말라며 취재진을 제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8,000명 넘는 아프리카너가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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