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감독 “<교섭>에 국가 책임, 종교 극단주의 모순 담고 싶어”

임순례 감독이 지난 2일 UW에서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박준서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영화감독 임순례 감독이 처음으로 시애틀을 찾아 팬들과 깊이있는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워싱턴대(UW) 한국학센터(소장 하용출 교수) 초청으로 시애틀을 찾은 임 감독은 지난 2일 UW에서, 이튿날인 3일에는 시 SIFF 시네마 업타운극장에서 자신이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들에 대한 시사회를 가진뒤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2일 첫날에는 2023년 작품인 <교섭>(The Point Man)에 대한 무료 상영회 및 대화의 시간이 진행됐다. UW한인학생연합인 KSA 회장 출신의 빅준서 군이 통역을 받은 가운데 감독과 참석자들이 심도 깊은이야기를 나눴다.
<교섭>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인질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임 감독은 “원래는 기독교 선교의 무모함과 무슬림 극단주의, 두 종교의 편협함을 비판하고 싶었지만, 국내 논란을 우려해 외교관의 역할과 국가의 책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이 현명하든 그렇지 않든, 해외에서 위험에 처하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촬영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도 전했다. 임 감독은 “요르단에서 촬영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았는데, 당시 영화산업을 총괄하던 요르단 국왕의 동생 부인의 현빈 팬심 덕에 특별히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또 “주연 배우 외 대부분이 요르단 배우였고, 아프가니스탄 언어를 외워 연기해야 했다”며 “특히 통역을 맡은 강기영 배우가 낯선 언어로 대사를 소화해 감탄했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교섭>을 두고 “실화의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영화적 극적 요소를 살리려 했다”며 “황정민 배우와 탈레반 사령관 역 배우의 협상 장면은 말뿐이지만 강렬한 연기 대결로 긴장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관객 질문에 그는 “탈레반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극단주의적 면모로 묘사했는데, 실제로 오늘 날은 더 배타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국제 뉴스가 전해진다”며“극단적 종교는 결국 같은 방식으로 인간 존엄을 파괴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끝으로 여성 감독으로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임 감독은 “데뷔 때는 한국에서 유일한 여성 감독이었지만 지금은 수십 명의 훌륭한 여성 감독이 활동 중”이라며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체력과 개성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 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한국 사회와 국제 이슈를 함께 담아내는 임 감독의 영화 세계를 직접 확인하는 이번 행사에는 임 감독에 대한 UW내 구성원은 물론 박보라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박보라 회장은 "임순례 감독의 영화 <교섭>을 보며 다시 한번 그녀의 저력을 확인했다"면서 "자칫하면 예민한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리스크를 끌어안고도 감독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내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국의 유명 영화 감독인 임순례 감독을 초청한 행사였는데도 일반한인들의 참여가 다소 적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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