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아펙/에이펙 서밋)가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스무 명에 이르는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의 대통령이나 수상 등의 국가 정상들이 모여, 경제협력 주제를 다루지만, 이는 정치와 안보 등 관련 문제들도 두루 포함될 줄 안다.
특히, 지구촌 패권을 겨루는 양강 즉, 미국과 중국의 원수들 및 일본과 호주, 캐나다, 멕시코, 페루 등의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여, 세계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러시아도 대표단을 보내지만, 북한은 참석하지 않아도, 중·러·북과 한·미·일로 대별되는 신냉전 분위기에서, 공존과 공영을 위한 소통과 협조 평화논의는 지구촌 안정과 발전에 큰 계기가 됨직하다.
이 중대한 모임이 경주에서 이루어짐은, 그 장소의 지정학 및 역사 문화적인 가치와 의미도 새롭게 조명하고 되새길 만하다. 한반도 동남부의 태평양 연안, 유럽에 이어진 아시아와 남·북 아메리카 대륙들 사이의 태평양을 이어내는 다리 같은 위치에서, 자연환경과 문명업적의 균형적 살림을 보이는 신라의 천년고도, 그 나라 옛 이름이 가리키는바, 신라 즉, 덕업(도덕적 살림)을 날로 새롭게(新) 하여, 온 누리(동서남북)에 널리 두루 펼치려는(羅) 우리 겨레의 기상을 보이는 천년 도읍지, 즐거움이 가득한 경사스러운 도시(慶州)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문명사적 실크로드의 동방거점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본회의 주요무대는 화백 컨벤션센터이다. 화백은 본래 신라의 귀족회의를 가리키며,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조화롭게(和) 합의로 결정하여서 임금과 국민들에게 아뢰고(白) 설명한다는 뜻이다. 흔히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에서 다수결 원칙을 쓰지만,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화백회의에서는 전원일치가 되도록 조화롭게 결론을 내어서, 나중에 불화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후유증이 없도록 최선을 이루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에이펙 정상들도 그곳 회의장 명칭의 의미를 인식하고, 지역 내부는 물론, 지구촌 전체 상황을 고려하여 조화롭게 공존공영할 수 있도록 합의로 유익한 결론을 도출하기 바라며 기대한다.
한편, 한·미와 한·중 정상회담은 모두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양강 정상들을 포함하여 다른 나라 정상들도 그 박물관을 방문하여, 금관 등 신라문화를 비롯한 한국의 전통 유물들을 몸소 관람하고 견학하며 한류의 뿌리들을 감상하기를 권장하고 기대한다. 또한, 그 곁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의 소리를 들으며 영적인 감흥도 느껴보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포함하여 분황사와 황룡사지 등 한국 정신문화의 역사적 현장들을 시찰하고 음미해 보면 좋으리라.
누구나 여행을 가면 현지의 음식과 예술을 맛보며 즐기고 싶어 한다. 이번 에이펙 회의 참가자들도, 경주의 전통적 한식집에서 비빔밥과 김치 등을 비롯한 이른바 케이푸드를 먹으며, 가야금과 피리 등의 전통음악을 듣고, 월정교 위에서의 한복 케이패션쇼와 케이뷰티로 불리는 화장품 등을 즐기며, 화랑들의 낭만을 담은 케이드라마와 무비 등, 케이컬쳐도 감상하고 누려보기 바란다.
다만 왕이나 태통령 및 수상 등 정상들 뿐만 아니라, 각국 관계 장관들과 각종 대기업 총수들도 많이 와서 그들 분야에 합당한 다양한 회의와 협조를 모색하게 되므로, 수많은 보좌진과 수행원들을 포함하여 언론 보도 미디어팀들이 수천 명 동참할 줄 안다. 그 회의 기간 전후로 세계문화 유산지인 경주는 물론, 인근 지역인 포항과 부산, 교통과 업무 연고로 인천과 서울로도 통하고, 제주도를 포함하여 전국에 걸쳐 외국인들의 관광과 탐사가 폭넓게 이루어질 것이다.
아무튼, 깊어가는 백록원 늦가을 밤에, 며칠 전에 다녀온 해인사와 불국사 등에 서린 고국의 정취를 되새기며, 옛노래인 현인의 <신라의 달밤>이 마음에 떠오른다. “아~ 신라의 밤이여! 화랑도의 추억이 새롭구나,” 시간과 공간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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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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