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여
산봉우리에 해가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논산 훈련소에서 배운 이 노래를 미국에서 늙어가며 부른다.
이창복 장군님은 1927년 개성에서 태어나셨다. 해방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8기 특기로 졸업했다. 1949년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공병학교에서 폭파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이듬해 6.25 전쟁이 터지고 채병덕 참모총장의 명령으로 한강 인도교와 철교 폭파작업에 참가한다. 소련제 탱크를 몰고 내려오는 인민군을 막으려면 다리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탱크가 오는 것을 보고 이창복 장교는 폭탄을 들고 탱크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이를 본 상관은 “폭파에 전문인 자네가 지금 죽으면 앞으로 더 큰 임무를 누가 수행하나?" 라고 말렸다. 그는 전쟁 중 교량(다리)을 끊었지만 전쟁이 끝나자 공병대를 지휘하여 많은 다리를 만들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공병 동기 가운데 유일하게 1967년 군인의 영광인 별을 달게 된다.
그리고 1970년 월남 십자성부대 사령관이 되어 맹호, 백마, 청룡부대에 군수품 보급을 지휘한다. 귀국 후 공병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보병 사단장이 되었다. 32사단장을 끝으로 1973년 예편하셨다.
군인으로 사는 동안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했던 이창복 장군에 대해 딸은 이렇게 기억한다.
“어느 날 휴가 갔던 부하가 돌아오면서 우리 집에 케이크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이걸 본 어린 오빠와 나는 ‘야, 맛있겠다’했는데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자네 집 아이들에게도 이거 사가나?’, ‘아닙니다’, ‘그럼 이거 갖다 주게.’ 그렇게 부하를 돌려보내 참 아쉬웠어요.”
30년 전 자녀들이 살고 있는 버지니아로 오셨으나 국적을 바꾸지 않으셨다. 이 지역에 Good Spoon이라는 선교단체가 생기자 80세였던 이 장군님 부부는 같은 교회 배재현 장로님 부부를 포함한 봉사자들과 월요일마다 새벽에 오셔서 감자 깎고 고기국 끓여서 라티노들에게 줄 점심식사를 준비하셨다. 90세가 되어서도 청년처럼 가마솥의 국을 저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나는 같은 십자성부대에서 근무했었다는 인연으로 찾아가 뵙게 되었다. 장군의 풍모를 지니시면서도 자상한 아버지처럼 대해주셨다. 누가 선물한 구두나 모자를 주시기도 하셨다.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줄 사탕이나 과자가 문 가까이에 있었다. 매일 사모님과 동네를 걸으시고 짐에 가셔서 수영을 하셨는데.
5월 3일 봄날에 태어나 11월 11일 낙엽이 쌓이던 Veteran's Day, 6.25와 월남 전우들이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관에 모인 이날 장군님은 98년의 삶을 마치셨다.
일주일 후 Fairfax Memorial Funeral Home에 가족과 새빛감리교회 김은관 목사, 전임 이현호 목사, 김영봉 목사, 6.25 참전 전우, 월남전 전우들, 교우들이 모여 고별예배를 드렸다.
동갑이신 부인 안영수 장로님, 가까이에서 살며 아버지를 존경하며 돌봐드리던 장남 해원, 딸 은희, KBS 보도국장을 했던 둘째아들 은원, 그리고 며느리들, 손자 손녀들이 모여 일생을 나라에 바친 자랑스러운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를 작별했다. 전우들은 그의 관 위에 태극기를 덮고 거수경례를 올렸다. 이제 유해를 한국 국립현충원에 보내 드린다.
한국 군인이었음이 자랑스러워 언제나 외출하실 때 Vietnam Veteran 모자를 쓰고 다니셨던 장군님. 그가 남긴 역사 한 페이지에 손자 손녀들은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장군님, 이제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거기서 다시 뵙겠습니다.
<
조영길 선교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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