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기 정부 때엔 베네수엘라행 이란 유조선 차단…이후 연료난 가중
▶ 베네수 원유 구매 ‘큰손’ 중국에도 우회적 ‘견제구’ 포석 관측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나포한 유조선[로이터]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대형 유조선을 나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처는 단순한 제재 위반 단속을 넘어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향한 전방위 최대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볼 수 있다.
1기 정부(2017∼2021년) 때에도 유사한 작전으로 베네수엘라에 충격파를 준 기억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부 생명줄인 '오일 머니' 차단과 동시에 베네수엘라산 원유 최대 고객인 중국을 견제하는 다목적 포석을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 병력 증강 이어 마두로 '아킬레스건' 타격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대거 배치된 상태에서 '전쟁 범죄' 논란 속에도 마약 운반용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선 가운데 발생한 유조선 나포는 베네수엘라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는 국가 경제 근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질 낮은 원유를 팔아 번 돈으로 연료와 식량 등을 수입하고 있는데, 유조선 압류는 마두로 정부를 지탱하는 생존 수단을 물리적으로 빼앗아 버리는 것과 같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 역대 정부의 경제 제재 조처 핵심에도 원유라는 실물 통제가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정부에서 유가 안정, 난민 억제, 민주주의 정착 지원 등을 목표로 일부 제재를 완화했던 유화적 접근법을 지난 1월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폐기한 바 있다.
유조선 나포는 마두로를 "독재자", "마약 밀매 집단 우두머리"로 규정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제재 복원과 마두로 자금줄 원천 봉쇄와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1기 정부를 이끌면서도 비슷한 조처를 시행한 바 있다.
미 당국은 2020년 8월 이란산 석유를 싣고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선박 4척을 압류, 석유를 모두 압수했는데, 미 법무부는 당시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된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수백만 달러어치 연료를 수송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후 한동안 베네수엘라로의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연료난이 가중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전날 나포한) 유조선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혁명수비대와 불법 원유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5년 전과 데칼코마니 같은 상황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과거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던 선박을 목표로 삼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것으로 보이는 유조선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 '참조 수신국 중국'…우회적으로 발송한 경고장
유조선 나포의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도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제재로 원유 판로를 찾지 못한 베네수엘라에 손을 내밀어 마두로 정부의 숨통을 틔워준 '최대 손님'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베네수엘라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80%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추적이 어려운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이용해 제재 대상 원유를 은밀히 수입해 왔다고 BBC스페인어판은 보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당국자를 인용, 나포된 유조선 '스키퍼'(The Skipper) 호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 원유를 싣고 있었으며, 최종 목적지는 아시아 지역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스키퍼'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는지와는 관계 없이 이번 유조선 나포는, 그간 제재 망을 피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쇼핑'해 온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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