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 “美제재로 변호사 선임권 침해…베네수 정부가 비용 부담해야”
▶ 판사, 방어권 강조하며 검찰에 “제재 유지 이유 뭔가”…’영부인’ 호칭엔 질책
▶ 마두로, 웃으며 악수·’V’자 손짓도…밖에선 찬반 시위

지난 1월 미국으로 압송되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이터]
연방 구치소에 수감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63)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69)가 26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두번째 심리에 참석했다.
변호인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마두로 부부의 변호인 선임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며, 이는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판사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조하면서도 사건을 기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부부의 변호를 맡은 배럭 폴락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국선 변호인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변호인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비로는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 이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부담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19년부터 마두로 부부와 베네수엘라 정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 정부 역시 마두로 부부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들은 베네수엘라의 부를 약탈했다"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들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대는 것은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또 국가 안보 우려와 외교 정책을 언급하며, 마두로 부부의 변호인 선임권은 예외로 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맡은 앨빈 헬러스타인(92)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꼼꼼히 따져 물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필요성, 헌법상 권리는 자기 방어권"이라며 변호인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변호인 선임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피고인이 원하는 대로, 국선이 아닌 사설 변호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는 "현재 마두로 부부 모두 베네수엘라가 아닌 미국에 있는데 어떤 국가 안보 우려가 있는 것이냐"고 검찰에 의문을 제기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지금은 베네수엘라 상황이 바뀌지 않았느냐"며 양국 관계가 개선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OFAC이 제재를 유지하는 이유를 따지며 동결 자금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고, 검찰은 이에 원칙상 불가능하며 별도의 민사소송으로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재차 피고인 방어권을 강조하며 공소 기각을 주장하자, 헬러스타인 판사는 곧바로 "나는 이 사건을 기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청석에선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마두로 측의 주장대로 베네수엘라 정부 자금의 허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고, 다음 심리 일정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두로 부부는 지난 1월 3일 미군의 기습 군사작전으로 체포돼 현재 뉴욕 브루클린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미 검찰은 마약 테러 공모 등 4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마두로 부부는 헐렁한 베이지색 죄수복에 주황색 티셔츠를 받쳐입었다. 이들은 통역용 헤드폰을 착용, 조용히 재판 내용을 경청하며 메모를 계속했다. 첫 심리 때와 달리 발언은 없었다.
마두로는 첫 심리때보다는 살이 빠진 듯 보였지만, 웃으며 변호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변호인들 너머로 띄어 앉은 아내 플로레스를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마두로는 현재 독방에 수감 중이며, 변호사와의 면회 시간에만 아내를 만날 수 있다.
두손을 앞으로 모은 채 귀를 기울이던 그는 간혹 턱을 괴고 몸을 한쪽으로 기대앉았고, 심리가 1시간을 넘어서자 자세가 불편한 듯 테이블 아래로 두 발을 쭉 뻗어 양쪽 발목을 돌리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두로는 심리가 끝나자 두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였다. 그는 1월 미국에 도착했을 때도 V자 손짓을 보였고, 이후 이는 베네수엘라 내 마두로 지지층의 상징이 됐다.
법원을 떠나면서도 그는 변호인과 악수하며 스페인어로 "내일 봐요"라고 말했다.
심리 막바지에 플로레스의 변호인은 플로레스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며 초음파 검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영부인'이라고 언급했다가 판사의 지적을 받았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 법정에서 사용할 직함(title)은 없다"고 말했다.
법원 밖에서는 마두로의 석방과 처벌을 요구하는 인파가 동시에 몰렸다.
최대 약 70명 규모의 시위대는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마두로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카를로스(26)는 연합뉴스에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노리고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마두로의 처벌을 원한다는 남성은 "베네수엘라의 자유를 원하는 국민들을 대신해 여기 왔다"며 반대 측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 중인 트레이시는 마두로의 석방을 주장하는 시위대를 향해 "불쾌감을 느낀다"며 "마두로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언론의 관심이 대단해 이른 새벽부터 각국 취재진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경찰도 법원 주변에 펜스를 치고 삼엄한 경비를 섰지만, 수백명이 몰렸던 첫날에 비해서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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