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4일은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날’이었다. 한국 불교의 해외 확산은 특정 종단의 전략적 포교라기보다, 한국인의 이주와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된 디아스포라적 종교 확장이었다.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난 초기 이민자들부터, 1960년대 후반부터 새롭게 건너온 이민자들까지, 불교는 이민자들의 삶 속에서 정서적·문화적 피난처로 기능해 왔다.
특히 미국에서 한국 불교는 두 갈래로 성장했다. 하나는 한인 이민자 공동체 중심의 사찰, 다른 하나는 영어권 수행자 중심의 선(禪) 수행 공동체다. 전자는 한국어 예불과 전통 의례를 유지하며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후자는 한국 선불교의 수행 전통을 서구 사회에 소개하며 국제적 확장을 이끌었다.
숭산 스님의 활동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는 1970년대 미국에서 한국 선불교를 체계적으로 전파하며, 한국 불교가 단순한 민족 종교를 넘어 세계적 수행 전통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미국의 코리아타운은 그 정체성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첫째, 한국 불교는 코리아타운의 정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민자들은 언어 장벽,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 어려움을 겪는다.
사찰은 이들에게 명상과 예불을 통한 정서적 안정, 공동체 활동을 통한 사회적 연결, 상담과 돌봄을 통한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에게 사찰은 고립을 완화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된다.
둘째, 한국 불교는 코리아타운의 문화적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사찰음식, 다도, 명상, 전통 의례 등 한국 불교의 문화 콘텐츠는 코리아타운의 축제·행사와 결합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K-푸드와 K-콘텐츠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지금, 한국 불교의 웰니스·명상 전통은 코리아타운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셋째, 코리아타운과 한국 불교는 세대 간 연결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한인 2세·3세는 한국어보다 영어에 익숙하고, 한국 문화보다 미국 문화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다. 사찰이 영어권 명상 프로그램, 한국 불교 역사 교육,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젊은 세대는 코리아타운을 단순한 ‘먹거리 공간’이 아니라 정체성을 배우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넷째, 양측은 불교문화센터와 같은 공동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명상센터, 문화교육 공간, 커뮤니티 센터를 통합한 복합 공간은 코리아타운의 문화적 중심지가 될 수 있으며, 한국 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코리아타운과 한국 불교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코리아타운은 한국 불교가 해외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한국 불교는 코리아타운에 정신적·문화적 깊이를 더한다.
이 둘의 협력은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세대 간 연대, 문화적 다양성, 지역사회 기여라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동안 미주 불교계의 소식을 전하고, 사찰과 수행 공동체를 연결하며, 미주 한인 불교의 역사를 기록해 온 ‘미주현대불교’지(발행인 김형근)가 지난해 12월에 폐간되었다는 사실이다. 1989년 10월에 격월간으로 창간된 미주현대불교는 2025년 12월 394호를 마지막으로 지난 36년간의 발행을 중단했다.
그 폐간은 단지 한 매체의 종료가 아니라, 미주 한인 불교 공동체의 소통 창구가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얼마전에 필자는 김형근 발행인의 자택을 방문하여 집안 곳곳에 쌓여 있는 미국 내 한국 불교와 관련된 많은 역사 자료들을 열람한 적이 있다. ‘미주현대불교’지의 폐간과 함께 이 귀중한 자료들이 미주 한인사회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미주 한인이민 역사의 커다란 부분이 상실되는 것뿐만 아니라 특히 한인들의 정신적 기반에 큰 상처가 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한국과 미국의 불교계는 물론 미국 내 코리안타운들에서도 이러한 재미 한국 불교 자료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재미한국불교박물관(가칭)’과 같은 것의 건립을 통해 다시금 재미 한인 사회와 한국 불교 간에 더 의미 있는 장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 불교의 지혜는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코리아타운은 그 지혜를 품은 더 깊은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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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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