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국에서 들려온 한 글로벌 커피 브랜드의 마켓팅 논란은 바다 건너 이곳 미주한인 동포사회에도 적잖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인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군부독재 시절의 무력 진압과 고문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조합해 판촉 이벤트를 벌인 사건이다.
역사적 비극을 한낱 상업적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대기업의 유약한 역사 의식과 오만함에 맞서, 지금 모국의 소비자들은 거센 불매운동으로 엄중한 심판을 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을 두고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라거나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낸다. 허지만 단언컨데, 이번 불매운동은 단순한 감정의 분풀이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반역사적, 반사회적 행태에 제동을 거는 소비자의 가장 정당한 주권 행사이며, 공동체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성숙한 시민 행동이다.
오늘날 대기업들이 누리는 막대한 이익과 브랜드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그 사회의 구성원인 시민과 소비자들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역사적 상처와 정서를 이토록 무지하고 가볍게 여기는 기업이라면, 소비자는 그들을 거부할 당연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우리가 불매운동의 정당성을 높이 드는 이유는 단순히 한 기업을 주저앉히기 위함이 아니다.
이윤 추구라는 맹목적인 목적 아래 도덕성과 역사적 감수성이 결여된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강력한 선례를 남기기 위함이다.
이러한 단호한 소비자 주권 운동이야 말로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게 만들고, 진정으로 상생을 실천하는 ‘양심적 기업 문화’ 로 체질을 개선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다만, 이 거룩한 소비자 운동이 더 높은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경계할 점이 있다.
우리의 준엄한 심판과 비난의 화살은 잘못된 정책을 결정한 경영진과 본사의 오만한 시스템을 향해야지, 매장 최전선에서 땀 흘려 일하는 무고한 일선 직원들에게 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본사의 잘못으로 인해 아무 죄없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폭언과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약자를 배려하는 위대한 시민운동으로 완성 되어야 할것이다.
또한, 이곳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거대한 이민 사회다 그렇기에 우리 미주 한인동포들은 주류사회 속에서 기업들이 동포 사회의 역사와 정서를 얼마나 올바르게 존중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책무가 있다. 역사의식이 결여된 기업의 제품을 거부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성숙한 파트너만을 선택하는 깨어있는 단합이 필요하다.
모국의 소식이 던진 불씨가 우리에게 거대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은 뼈아픈 반성을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깨달아야 할것이며, 우리 소비자는 단결된 힘으로 시장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소비자가 깨어있을때 기업은 비로소 양심을 갖추게 되며, 우리가 손을 맞잡고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 낼때 비로소 더불어 사는 정의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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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전대뉴욕지구한인상공회의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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