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광명시 중앙대 광명병원에서 김민준 소화기내과 교수가 대장암 내시경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대 의료원 제공]
“대장암 종양이 크다고 해서 꼭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종양이 커도 안쪽으로 파고든 정도가 깊지 않다면 내시경 시술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어요.”
지난달 13일 경기 광명시 중앙대 광명병원에서 만난 김민준 소화기내과 교수는 “치료 방법 결정에서 중요한 건 암의 크기보다 침윤 깊이”라며 말을 이었다. “벽지를 여러 겹 바른 벽을 대장이라고 한다면, 만약 가장 바깥쪽 벽지(점막층)에 암세포가 있을 경우 그 벽지만 떼어내면 됩니다. 반면 면적이 작더라도 암세포가 벽지를 뚫고 안쪽 콘크리트(점막하층)까지 파고들었다면 그때는 벽 자체를 잘라내는 수술이 필요해요.”종양이 크더라도 점막하층 침윤 깊이가 1,000㎛(마이크로미터, 1㎛=100만 분의 1m) 미만이고 림프혈관 침습이 없다면 내시경 치료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내시경 시술은 대장을 보존할 수 있어 회복이 빠르고,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배변 습관 변화나 합병증 위험도 낮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변에 피가 섞여 있고, 피 색깔이 선홍색이 아닌 검붉은 색이라면 대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4주 이상 지속되는 혈변,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갑작스러운 배변 습관 변화,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도 대장암의 주요 위험 신호다. “증상이 없더라도 45세 전후에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작하고,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젊은 대장암 환자가 많아진 원인은 무엇입니까.
“현장에서 체감될 정도로 젊은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혈변이나 배변 습관 변화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진행성 선종이나 조기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이들도 있고요.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 변화입니다. 배달 음식이나 소시지 같은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고, 붉은 고기 섭취는 증가한 반면 식이섬유 섭취는 크게 줄었습니다. 비만 증가와 운동 부족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회식 문화는 줄었지만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체 음주량이 증가한 점도 대장암이 많아진 원인으로 꼽힙니다.”
-혈변이 생겨도 치질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구분합니까.
“환자 스스로 치질에 따른 출혈인지,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에 의한 출혈인지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치질은 휴지에 선홍색 피가 조금 묻거나 배변 마지막에 몇 방울 떨어지는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장암에 따른 혈변은 피의 색이 더 짙고, 변 표면에만 묻는 게 아니라 변과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혈량도 더 많은 편이고요.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평소 규칙적으로 배변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는 경우,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젊은 층일수록 ‘설마 암이겠어’ 하며 증상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결과가 좋은 만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시경에서 큰 병변이 발견되면 꼭 수술해야 합니까.
“크기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진 않아요. 핵심은 암세포의 침윤 깊이와 표면 형태입니다. 대장벽 가장 겉층인 점막층이나 얕은 점막하층까지만 암이 침범했다면 내시경으로 병변만 제거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점막하층 침윤 깊이가 1,000㎛ 미만이고 림프혈관 침습이 없을 때 내시경 치료를 고려합니다. 반면 암이 장벽 깊숙이 침윤했거나 림프절 전이 위험이 높다면 일반 수술이 필요합니다.”
-내시경 치료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항문으로 내시경을 삽입한 뒤 병변 아래 점막층에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병변을 띄웁니다. 이후 전기칼로 병변을 제거해요. 1, 2시간 정도 걸리고, 전신마취 대신 수면내시경과 비슷한 진정 상태에서 진행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내시경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일반 수술로 대장을 절제하면 이후 설사를 자주 하거나 화장실을 여러 번 가는 식으로 배변 습관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내시경 치료는 대장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어 삶의 질 저하가 적습니다. 회복도 빨라 시술 다음 날 퇴원하기도 하고요. 출혈과 천공 같은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복부 흉터도 남지 않습니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어떤 습관이 중요합니까.
“건강기능식품을 여러 가지 챙겨 먹는 것보다 대장에 해로운 습관 하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술은 대장 점막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피부를 사포로 반복해서 긁으면 상처가 생기듯 술 역시 장 점막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제로 음료에 들어 있는 인공감미료 섭취도 줄이길 권합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땀이 나고 대화가 힘들 정도의 중강도 운동을 주당 15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도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증상이 없더라도 45세 전후에는 꼭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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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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