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도착한 6일 앤드류스 공군기지의 기상상태는 최악이었다. 전날부터 기온이 급강하한데다 바람이 몹시 불어 30분전부터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영접객들이 곤욕을 치루었다. 3시30분 김대통령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특별기가 공항에 내릴 무렵에는 때마침 눈보라까지 날려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통령 부부는 강풍이 계속되자 문 안쪽에서 손을 흔들며 도착을 알렸으며 트랩을 내려올 때는 경호원들이 부축하기도.
영접행사는 채 5분도 안돼 종료됐다. 마중나온 한미 양국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김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1호차인 리무진 대신 벤츠 승용차에 올라 곧바로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로 향했다.
이날 공항에는 동포언론외에도 AP와 로이터 통신 기자가 눈에 띠었으며 NHK TV에서도 취재를 나와 김대통령의 방미에 쏠린 일본측의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김대통령을 수행중인 한국 기자단은 모두 47명으로 국빈방문시 못지않은 대규모. 기자단에는 중앙일간지와 방송사는 물론 지방지 기자들도 포함돼 이번 방미를 보는 한국정부의 시각과 함께 한미정상회담 자체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엿보게했다. 프레스센터는 수행원들의 숙소로 정해진 D.C. 24가의 모나크호텔에 설치됐다. 주미대사관측은 지하 1층 전체를 빌려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센터로 꾸며 취재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언론의 잘못된 관행중의 하나인‘선수치기 기사’실력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발휘돼 빈축을 샀다. 한미정상회담은 7일 낮 개최됐으나 상당수 한국 신문은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결과까지 상세히 보도해 발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워싱턴의 한 언론인은“신문마감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시작도 않은 정상회담의 내용까지 미리 보도하면 미국측에서 한국언론과 정부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느냐"며 일침.
7일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각에 맞춰 백악관앞에서 갖기로 했던 일부 한인들의 시위는 취소됐다. 자주민주통일미주연합등 미주지역 통일운동단체들은 얼마전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한국에서 체포된 뉴욕의 송학삼씨 구속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획했으나 전날 밤 긴급회의를 거쳐 취소키로 결정했다. 자주연합 이재수 워싱턴지부장은“시위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중요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취소했다"며“그러나 뉴욕 한국영사관앞에서 계획된 시위는 예정대로 갖는다"고 밝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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