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일 변호사가 밝힌 ‘밴쿠버 밀입국’
▶ 서울-캐나다-미주 조직 연계 1인당 4,000~12,000달러 챙겨
지난주말 시애틀 북쪽 미·캐나다 국경에서 한국인 21명이 집단 밀입국하다 체포된 사건에는 한국-캐나다-미국을 연결하는 본국인과 미주한인들로 짜여진 불법이민조직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체포된 한국인 8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윤영일 변호사(시애틀)는 "체포된 한국인들이 한국을 떠나기전 미국으로 오게 해주는 대가로 ‘최 여사’(서울)라고 알려진 50세 전후 여성에게 일인당 4,000~1만2,000달러를 줬다고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서울-뱅쿠버-시애틀-LA·뉴욕’을 연결하는 불법이민조직에 의한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 19명(나머지 2명은 미국내 ‘안내책’)은 최 여인으로부터 "뱅쿠버에 도착하면 누군가 마중나올 것"이라는 말만 듣고 6일 하오 6시 노스웨스트편으로 김포를 출발, 같은 날 뱅쿠버에 도착하자 키고 크고 아주 마른 한인 남성 한명이 마중나와 흰색 깡통 밴(원래 12인승)에 모두 태우고 인근 모텔로 가 하루를 지낸 후 다음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국경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한인 남성은 운임으로 다시 일인당 300달러씩 챙겼으며 단돈 500달러만 가지고 태평양을 건넜던 한 한국인으로부터도 운임을 챙겼다.
밀입국자들을 가득 실은 밴이 4~5시간을 달려 국경지대에 이르자 차를 세운 한인이 "저쪽이 국경이다. 1분만 걸으면 누군가 마중나올 것"이라며 모두 내리게 해 밀입국자들은 걸어서 국경을 지났으며 15분 정도 계속 걷자 안내책으로 보이는 한인들이 나타나는 순간 미국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 국경수비대는 레이더로 이들의 밀입국을 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변호사는 "이들 일당이 ‘캐나다에 가면 관광도 시켜줄 것이며 안전하게 미국으로 데려가 근로허가서도 얻어준다’면서 관광요금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근로허가서란 기내에서 배포하는 I-94양식을 확보해 L-1(주재원)·E-1(투자)·E-2(투자) 등의 위조 스탬프를 찍어 소셜시큐리티 번호를 얻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입국자 가운데는 "곧 미국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집도 팔고 직장도 사직한 채 2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재산을 탕진한 가족도 있다. 이 가족을 포함한 2개 가족(7명)은 재판출두각서를 쓰고 일단 석방돼 연고자가 있는 애리조나와 오클라호마주로 각각 떠났다.
윤 변호사는 "밀입국자 가운데 20대 여성 7명은 아무런 미국내 연고자도 없는 등 정황으로 봐서 정상적 근로로 돈을 버는 여성 같지 않으며 20대 남성 3명도 연고자라면서 뉴욕에서 온 사람이 있으나 남성들의 성이 각각 다른 점 등으로 봐서 정상적 연고자 같지는 않다"면서 "밀입국자들이 갖고 온 돈도 대체로 2,000달러 이하였다"고 밝혔다.
한편 태어나서 한번도 아버지의 얼굴도 못본 채 고아 아닌 고아로 살면서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체포된 최성인(16)군 등 2명은 12일 시애틀 연방이민국 교도소로 이감될 예정이다. 윤 변호사는 "연방검찰이 기소를 해야 법적 절차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연방검찰에 빨리 기소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국경수비대와 연방검찰도 최군을 딱하게 여기고 있으나 결과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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