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성적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또 그것으로 인간의 모든 것이 평가되어 버리는 한국식 교육문화의 잔재는 이곳 뉴욕 한인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들 역시 한국에서 대입시험을 치르면서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보고 기성세대들의 그런 모순에 반항심을 품어본 사람들이면서도 부모가 되면 어쩔 수 없게 되는 모양이다.
교육분야를 취재하며 만나게 된 많은 한인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 만큼은 요즘 애들 같지 않다고 속된 말로 `꽉’ 믿고 있다. `우리 애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 데요’ `우리 애는 달라요, 공부도 얼마나 잘하는데요’ 천편일률적으로 듣게 되는 학부모들의 자랑이자 대답이다.
정작 이들 학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어디서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사춘기 시절을 방황하고 있는지 학교성적이외에는 전혀 알지 못한다. 학교성적만 중요시하는 학부모들에게는 성적 이외의 문제들, 가령 자녀들이 요즘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이 모든 것이 되어버린 학부모들의 오만함에 비웃음을 던지는 자들이 바로 다름 아닌 우리의 자녀들이다.
현직교사들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의 영악함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게다가 자녀들이 영어가 짧은 이민 1세 부모들을 따돌리기란 더더욱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노래방, PC방으로 어울려 다니면서도 학교 담임교사가 자동응답기에 남겨놓은 메시지를 늦게 귀가하는 부모 대신 먼저 지워버리고 학교에서 연락이 가도 이런 저런 핑계로 학교와 학부모를 따돌려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이 우리의 자녀들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고 다니든지 성적만 잘 받아오면 된다는 생각에 부모는 눈속임으로 때우고 학교에서는 `Cheating’을 해서라도 성적만 잘 받아오면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예전 한국에서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학교 성적만 좋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한 좁은 시야에 갇혀있지 말고 부모들이 아는 자녀들의 얼굴과 세상 밖으로 나간 내 자녀들의 얼굴은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쯤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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