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아에 전통무용 가르치는 입양인 지영주씨
"부모님은 금발에 파란눈이지만 한국에 끌리는 내 마음은 어쩔수 없나보죠"
미중북부 미네소타의 세인트폴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한국입양인 애비 영 라이츠씨(21·한국명 지영주). 교회를 빌려쓰는 영주씨의 무용학원 ‘천사’(Angel)에는 매주 일요일이면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한인 학생 17명이 모여 2시간씩 땀 흘리며 한국무용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중 16명은 영주씨와 같은 처지의 한국 입양 어린이들이다.
영주씨는 이정임무용단에서 무용강습을 받으며 1주일을 LA에 머물고 있다. 생전 처음 맞보는 순두부에 반했다는 영주씨는 한국 같은 타운 분위기가 전혀 낯설지가 않단다.
그가 한국무용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입양아가 유난히 많은 미네소타(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입양인 캠프(호주등에서까지 참가함)에 참가해 무용학원을 운영하던 황지원씨(현재 산호제 거주)에게서 조금 익혔던 것이 한국무용과의 첫 대면이었다.
영주씨는 부모에게 졸라 서양(탭) 댄스를 그만두고 황지원씨 문하로 들어갔다. 10년 가까이 무용을 배워오던 97년 홀트 아동복지재단(칠드런 홈 소사이어터)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해 그동안 갈고 닦았던 무용솜씨를 한국에서 발휘해볼 기회도 가졌다.
영주씨가 무용소를 운영하게 된 동기는 입양인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던 황지원씨가 산호제로 이사하면서 영주씨와 ‘이바’라는 또다른 입양인에게 한시간 거리의 ‘천사’와 ‘장미’를 각각 넘겨주고 가면서부터였다. 말이 무용학원이지 ‘장미’와 ‘천사’는 교회를 빌려 사용하는 아주 작은 무용 연구소이다. 비영리단체로 운영되는 이곳의 수강료는 월 25달러. 5월 세인트폴에서 열리는 다문화 페스티발을 비롯해 매달 1건 이상은 학교의 초청을 받아 공연하며 한국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재정관리회사 경리담당으로 일하는 영주씨의 한국무용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천사’에 아이들을 보내는 백인 부모들의 정성도 영주씨에 못지 않는다. 영주씨가 이정임 무용단과 연결돼 이곳에 온것도 입양 자녀들에게 고국의 문화를 익혀주겠다는 부모들의 열성때문이었다. 장고 구입을 위해 컴퓨터 인터넷을 뒤지던 한 학부모가 이정임 무용단의 웹페이지를 찾아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
영주씨의 한국무용은 부채춤, 화관무, 강강수월래, 장고춤, 탈춤, 꼭두각시, 처녀총각과 무당춤. 이중 무당춤은 미네소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영주씨의 분석으로는 "한국전 참전 용사가 많은데 아마 이들이 전쟁중 무당춤을 보고 기억을 해내는 것 같다"는 것.
이정임 무용단의 평가에 의한 영주씨의 춤 솜씨는 기본적인 스킬은 갖췄지만 다듬어 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영주씨는 "매년 LA를 방문해 기술을 배워 그곳 입양 어린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전수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정임 무용단의 마크 리씨는 "이들이 바로 한국 문화의 전도사"라며 "미주한국무용협회 이사로 영입하고 지부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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