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대신 말싸움, 말 대신 법정싸움으로 옥타브를 높여온 프로복싱 헤비급 타이틀전 순서파동이 가까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어지럽기는 매한가지다.
"(WBC-IBF 뉴 월드챔피언 하심 라흐만과 전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의) 리매치를 재가하지도 봉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라흐만이 이긴다면 챔피언타이틀을 유지하되, 루이스가 이긴다면 타이틀은 공석이 돼 최상위 도전권자 두 사람이 타이틀 결정전을 치르도록 한다."
AP통신이 10일 보도한 WBC의 라흐만-루이스 재대결에 대한 입장이다. WBC는 랭킹1위 마이크 타이슨이 지난 4일 뉴욕 맨해턴 소재 연방지법에 WBC를 상대로 리매치 우선금지 조항을 들어 라흐만이 1차방어전을 루이스와 치르려는 움직임을 봉쇄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마라톤 대책회의끝에 이처럼 난해한 ‘답안’을 도출했다.
라흐만을 ‘물’로 보고 지난달 22일 남아공 결투를 코앞에 두고도 영화촬영에 몰두하는 등 한눈을 팔다 5회 KO패를 당한 루이스측은 이에 앞서 대전계약서의 리매치 조항을 근거로 1차 도전권을 주장, 랭킹1위 몫의 지명도전권을 쥐고 있는 타이슨측의 법정 대응까지 불러일으켰다.
단서가 주렁주렁 붙다보니 해석도 갈래갈래, 저마다 유리한 측면을 부풀리는 형국이다.
우선 타이슨은 "나는 WBC가 라흐만과 루이스의 우선적 리매치를 재가하지 않고 규정을 준수하기로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라흐만-루이스전은 해서도 안되고 억지로 해본들 ‘무효’라는 점에 잔뜩 무게를 실었다. 실력때문이 아니라 방심하다 챔피언벨트를 ‘잠시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루이스 캠프는 인증을 받느냐 못받느냐와는 상관없이 라흐만과의 리매치 자체가 원천봉쇄되지 않은 데서 재생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약체 챔피언 소리를 듣는 라흐만의 입장이 마냥 불안한 것만도 아니다. 여전히 자신을 업수이 여기고 타이슨·루이스 등이 앞다퉈 덤벼드는 상황을 잘 요리하면 보다 큰돈을 만질 수도 있는데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손해보는 쪽은 30대 중반이 돼가는 ‘그들’뿐이라는 계산에서다. 루이스와의 리매치 역시 이기면 좋고 져도 우선 도전권을 바라볼 수 있어 앞뒤 다 막힌 수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같은 처지를 반영하듯 그는 10일 누구와 먼저 싸울 것이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물음에 "우선 메카(이슬람 성지)를 순례한 다음에 결정할 일"이라고 딴전을 피우는 등 속셈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편 IBF 랭킹1위 데이빗 투아도 9일 뉴저지 소재 연방지법에 라흐만-루이스 리매치 우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IBF의 대응 역시 WBC가 타이슨 소송에 대해 내린 결론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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