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세 ‘링의 사나이’ 로베르토 두란
▶ 7월14일 카마초와 수퍼미들급 북미타이틀 방어전
1967년 3월8일 파나마시티, 그리고 사각의 정글. 복서치고는 너무 어리고 곱상하게 생긴 16세 미소년이 마우스피스를 악다물고 링에 오른다.
메인이벤트 앞뒤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펼쳐지는 4회전짜리 막간 매치였다. 잘 다듬은 조각상같은 용모로 봐 복싱보다는 영화계를 노크하는 게 제격일 듯싶은 그가 한세대를 훌쩍 건너뛰어 21세기 초까지 글러브를 끼고 있으리라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주린 배를 달래주는 빵 한조각을 구하기 위해 거리의 껌팔이·삼류극장 어릿광대에서 동냥질·깡패짓도 마다하지 않았던 잘 생긴 불량소년 역시 쉰 살이 넘도록 자신이 때리고 맞는 잔인한 직업을 팽개치지 못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51년 6월16일생 로베르토 두란.
전성기만 치면 70년대-아무리 늘려 잡아도 80년대 초반까지-’돌주먹’이란 애칭으로 링을 주름잡던 파나마의 복싱영웅 두란은 아직도 링을 떠나지 않고 있다. 70년대의 또다른 복싱영웅 에스테반 데 헤수스에게 당한 패배(72년 11월17일·10라운드 판정)가 유일한 옥의 티로 여겨졌던 그의 전적은 8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103승15패(69KO)가 됐다.
다름아닌 두란이기에 103승보다는 15패에 더욱 눈길이 가지만 이 역시 두란이기에 생긴 ‘상처’다. 말년에는 물론이고 한창때라도 약체를 골라싸우는 등 맵씨관리에 신경을 쓰는 대개의 다른 챔피언들과 달리 ‘지는 주먹’ 두란은 언제 어디서든 ‘떠오르는 주먹들’과의 맞불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스테반 데 헤수스·슈가 레이 레너드·윌프레드 베니테스·마빈 해글러·토마스 헌즈·헥토르 카마초 등등.
WBA 라이트급·WBC 웰터급·WBA 라이트미들급·WBC 미들급·WBA 주니어미들급 등 4체급에 걸쳐 6차례나 그의 허리에 휘감겼던 세계챔피언 벨트들은 모두 까마득한 후배들의 차지가 됐다. 그렇다고 빈손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16일 조카뻘 팻 롤러를 판정으로 물리치고 북미복싱연맹(NABA) 수퍼미들급 챔피언에 등극, 짜릿한 쉰 살 잔치를 치렀다.
두란이 만 쉰 한 살 한달째인 오는 7월14일 하나 남은 NABA 타이틀을 사수하기 위해 덴버의 펩시센터 특설링에 오른다.
상대는 카마초. 그 역시 서른여섯살의 내리막 복서이긴 하지만 두란에 비하면 15년이나 팔팔한 나이인데다 IBC 수퍼웰터급과 미들급·WBC 주니어라이트급 등 3체급 세계정상을 누빈 강타자다. 70승1무4패 33KO.
두란-카마초 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 96년6월 45세 두란은 절정기의 카마초에게 의외로 선전, 12회 판정패를 당하며 IBC 미들급 세계타이틀을 빼앗겼다. 따라서 그는 왕년의 명성에 하등 득이 될 게 없는 NABA 타이틀을 지키겠다는 욕심보다 40대 중반에 당한 패배를 설욕한다는 야심에 쉰 넘은 나이를 잊고 펀칭볼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
또 두란의 딸과 카마초의 아들이 아버지와 동시에 프로복서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또한 ‘원로’ 두란과 ‘고참’ 카마초 대결에 흥미를 보태주는 요소다.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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