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릭스 트리니다드, 버나드 합킨스
▶ 내일 메디슨 스퀘어 가든
펠릭스 트리니다드. WBA 미들급 세계챔피언. 40전 전승 33KO.
열일곱살에 불과한 90년3월, 앙헬 로메로를 때려눕히며 프로 데뷔전을 멋지게 장식한 푸에르토리코의 소년이 세계정상에 오르기까지 속죄양이 된 큰 주먹들 면면만 봐도 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94년1월 헥토르 카마초가 판정패로 물러섰고 그해 9월 요리 보이 캄포스가 KO를 당했다. 퍼널 휘태커(99년2월)도 맥을 추지 못했고 ‘골든보이’ 오스카 델 라 호야(99년9월)는 WBC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내놓아야 했다. 지난해 12월엔 페르난도 바르가스가 떡이 되도록 얻어맞다 12회 넉아웃됐는가 하면 KO승을 장담했던 윌리엄 자피는 지난 5월12일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5회를 넘기지 못해 WBA 미들급 세계챔프 타이틀을 넘겨줘야 했다.
버나드 합킨스. WBC-IBF 미들급 세계챔피언. 37전1무2패 27KO.
트리니다드의 무결점 승리행진에 비해 합킨tm의 출발은 미약했다. 필라델피아 토박이인 그는 비교적 늦은 스물네살때(89년10월) 4라운드짜리 데뷔전에 나섰다가 판정패. 이후 승승장구했으나 93년5월 로이 존스 주니어(현 WBC-IBF 라이트헤비급 세계챔피언)에게 12회 판정패를 당했고 다시 4연승뒤 만난 상대 세군도 머카도와의 일전(94년12월)에서는 12회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95년4월29일 비어있는 IBF 미들급 세계타이틀을 놓고 머카도와 벌인 재대결에서 7회 KO승을 거둔 뒤로 합킨스는 승리밖에 모르는 주먹이 됐다. 타이틀방어만 13차례. 한번만 더 막아내면 70년대 미들급 링을 완전 평정했던 아르헨티나 출신 복싱영웅 카를로스 몬존의 대기록(14차방어)과 같은 키가 된다.
트리니다드와 합킨스, 마침내 그 둘이 충돌한다. 둘은 29일 프로복싱의 원조메카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특설링에서 미들급 통합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벌인다. 올해 복싱매치중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두 주먹의 맞대결은 당초 15일로 예정됐으나 테러참사로 2주일 연기된 것이다.
누가 더 셀까. 기자회견때 주고받은 살벌한 장담들은 눈감아 주더라도 상대방 국기까지 짓밟고 내팽개치며 메꿀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몽땅 드러낸 둘의 대결에서 마지막으로 웃는자는 누가 될까.
전적이나 나이로 보면 트리니다드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그동안 싸워이긴 상대들을 봐도 합킨스가 다소 밀린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링 바깥 사람들의 진단일 뿐이다. 결판을 내는 건 링 안에 서게 될 둘의 몫이다.
파괴력 넘치는 주먹, 겉으로 봐선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는 움직임, 그러나 빈틈만 생기면 눈빛보다 주먹이 먼저 목표물에 꽂히는 듯한 번개같은 순발력, 게다가 잽·스트레이트·훅·어퍼컷 등 못치는 주먹이 없는 점까지 둘은 엇비슷하다. 과녁 또한 안면을 고집하지 않고 여의치 않으면 복부·옆구리를 올려치거나 찍어눌러 방패(커버링)를 풀어헤친 뒤 마무리 한방을 여유있게(?) 집어넣는 것도 닮았다. 트리니다드가 패기에서 앞선다면 합킨스의 수비력은 ‘도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상대가 소나기 펀치를 퍼부을 때 얼핏 맞아주는 척 소극적 자세를 보이면서도 빈틈없는 커버링과 더킹·위빙으로 거의 한 대도 맞지 않고 되레 상대방 진을 빼버리는 지능적인 허허실실 수비가 일품이다. 트리니다드 역시 초반에 기를 꺾겠다고 섣불리 덤볐다간 합킨스의 주먹이 아니라 수비망에 걸려 화를 자초할 위험이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둘의 맞대결이 화끈한 주먹싸움 대신 적어도 초반 몇라운드동안에는 서로 방어에 치중하며 때를 기다리는 ‘눈싸움’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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