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유리 디바노프는 미국을 꿈의 나라로 생각했다. 여느 이민자가 그렇듯이 그도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면서 그는 미국에 불만을 품고 드디어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가난한 이민자가 무엇을 가지고 복수를 할것인가. 보통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극한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총 몇번 쏘아대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그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구소련의 생물학 무기공장에서 일했었다. 분노에 찬 그는 생물학 무기를 대량 만들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뉴욕을 휩쓸어 버릴 음모를 꾸민다.
메디컬 스릴러 인기 작가 로빈 쿡의 소설 ‘벡터’의 줄거리이다. 분노한 유리가 제조한 병균은 바로 지금 미국에서 테러냐 아니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탄저균이다.
플로리다에서 두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그것이 미국에서는 20여년만에 처음 생긴 희귀한 일이며, 두 사람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탄저균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들이 테러 가능성으로 이어지면서 그렇잖아도 전쟁으로 심란한 분위기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공기로 전염된다니 비행기로 살포한다면 피할 길이 없는 것 아닌가”“눈앞에서 무너지고 폭파되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인명을 앗아간다니 더 무섭다”“방독면 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는 데 우리도 하나 사둬야 하는 것 아닐까”- 컬럼버스 데이 연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오고간 대화들이다.
이번 플로리다 사건이 테러의 결과인지 여부는 좀 더 수사가 진행되어봐야 밝혀지겠지만 탄저균이 테러무기로 이용될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었다.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대량 살상으로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인데 이 범주에 잘 들어맞는 것은 핵무기와 생물학 무기이다.
그중 생물학 무기는 핵무기 보다 만들기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눈독을 들이던 무기이고, 생물학 무기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탄저균이다. 천연두균이나 콜레라균등 다른 병균에 비해 살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100Kg 정도를 대도시에 저공 비행하며 살포하면 수백만명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이다.
그렇게 본다면 당장이라도 공포에 사로잡힐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테러로 사망할 확률은 심장병이나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98년초 제2의 걸프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독면을 나눠주었었다.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저마다 배급소로 몰리고 방독면을 먼저 받으려고 담을 타고 올라가다 떨어져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탄저균 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공포 자체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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